[르포]"한 명도 오지 않았다"…폭염경보 속 '무더위 쉼터' 가보니

10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3동 행정복지센터 무더위쉼터. 쇼파와 의자만이 갖춰져 있어 장시간 이용하는 쉼터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사진/지우현 기자

행정센터가 '무더위 쉼터'…전문가 "탁상행정 벗어나야 실질적 정책 이어질 수 있어"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취약계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형식적인 무더위 쉼터다보니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오후 <더팩트>가 찾은 미추홀구 용현3동 행정복지센터 무더위 쉼터는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컨 1대와 정수기 1대, 3인용 쇼파 1개, 간이 의자 2개가 갖춰져 있었다.

2m 이상 거리두기를 적용하면 3~4명 정도가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앉아서 더위만 식힐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장시간 이용하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40여분간 있었지만 이곳을 찾는 노인 등 취약계층은 1명도 없었다.

센터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를 찾는 노인분들은 많지 않다. 오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며 "민원인들도 창구 인근에만 있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곳은 언제나 한적하다"고 말했다.

중구 신흥동 행정복지센터는 기존 민원인 대기 좌석을 무더위 쉼터로 이용해 사실상 앉아 쉬기가 어려워 보였다.

민원 창구를 마주하고 있는데다 좌석 수도 9개에 불과해 취약계층이 찾기에는 불편한 구조였다.

실제로 이곳 무더위 쉼터는 그 동안 찾는 사람이 없었는지 센터 관계자는 무더위쉼터를 묻자 당황하며 "그냥 좌석에 앉아 쉬시면 된다. 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A(72·여·신흥동)씨는 "무더위 쉼터를 한 번 찾았는데 공간도 좁은데다 민원인들 눈치가 보여 그냥 나왔다"면서 "특히 요즘은 무턱대고 무더위 쉼터를 찾는 게 죄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덥더라도 집에서 쉬는게 낫다"고 푸념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올해 '무더위 쉼터'가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시대 반영이 되지 않은 정책에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임금지 등을 골자로한 감염병예방법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무더위 쉼터 운영은 취약계층이나 지자체 모두 부담이 되는 복지 정책이라는 것이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 지자체가 무더위쉼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률은 낮은 편"이라면서 "폭염 해소 서비스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지자체가 직접 취약계층을 선별해 일정시간 냉방이 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경우도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서울 노원구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반쉼터와 야간쉼터로 나눠 개개인에게 무더위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관내 호텔과 대학 기숙사도 사업에 힘을 보탰다"며 "지자체의 노력에 따라 무더위쉼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대안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총 663곳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 경로당 305곳(강화·옹진군), 행정복지센터 129곳, 야외 무더위쉼터 159곳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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