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측 "정신적 문제로 병원 다녀, 심신미약 상태" 주장
[더팩트ㅣ밀양=강보금 기자] 경남 밀양에서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20대 사회복무요원이 범행 이전부터 친구들에게 "나 혼자서는 죽기 싫다. 전 여친을 죽이고 같이 죽겠다"고 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지법 밀양지원 제1형사부(김종수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3)씨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열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20일 오후 7시 17분쯤 밀양시 상남면 근처 국도변에서 미리 가방에 준비해 간 흉기로 전 여자친구인 B(20대)씨를 수차례 찌르고 인근 야산으로 달아났다 약 20분 만에 검거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며칠 전부터 B씨에게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자 B씨의 직장, 집 앞을 찾아가는 등 끈질긴 행동을 보여 왔다.
결국 A씨는 B씨의 집 엘리베이터에서 B씨를 끌고 나와 대화를 나누다 B씨가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에 악의를 품고 과도를 준비해 B씨와 부산행에 올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가 다른 이성과 연락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B씨의 핸드폰을 보여달라는 요구했다. 하지만 B씨가 이를 거부하자 남밀양IC로 빠져나와 인근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격한 말다툼을 벌였다.
이에 B씨가 지나가던 다른 운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하자 준비해 간 흉기로 B씨를 찌르고 달아났다.
이날 A씨 측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범행 이전부터 정신적인 문제를 앓아 병원을 다녔으며,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이에 B씨의 유족은 "A는 스포츠토토 등 도박으로 친구에게 빚을 1억 가까이 지고 있다. 자신의 신변을 비난해 이유없이 B를 살해한 것"이라며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A가 이전부터 말버릇처럼 '나 혼자 죽기 싫다. B를 죽이고 같이 죽겠다'고 말해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B씨의 어머니는 "A씨의 가족들은 일말의 사과도 없다. 딸은 이미 죽었지만, 저 살인마가 짧은 형을 받고 다시 사회에 나와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두렵다. 엄벌에 처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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