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권 침해 등 도시경관 훼손 ‘심각’ 여론 불구, 광주시 “문제될 게 없다”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공원과 함께 광주 시민들의 오랜 휴식처였던 사직공원 인근(광주 남구 서동)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더팩트> 5월 26일자 보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한다는 시민사회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직공원은 조선시대에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사직단을 비롯해 수십 기의 시비, 공공예술 작품들을 품고 있는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사직공원 전망대는 무등산과 광주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외지에서 온 방문객이나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사직공원이 지닌 이러한 지리적 가치들이 공원 경계선 인접 지역에 세워질 예정인 초고층 아파트 개발에 따라 크게 훼손될 위기에 놓이게 돼, 시민사회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아이파크가 시공사로 나선 서동 1구역(268-6번지 일원) 주택재개발 사업은 지난 2016년 정비구역 고시가 됐고, 2020년 정비계획 변경 지정이 고시(광주광역시 고시 제2020-425호)됐다.
이에 따르면 3만 6천 617㎡를 대상지역으로 계획 용적률 190%, 건폐율 60%가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으로 변경 지정됐다. 여기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높이에 관련된 부분이다. 공동주택 22층 이하, 부대 복리시설 2층 이하 제한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광주시 지구단위 계획 수립지침에는 산지형 근린공원에 연접한 50m 이내는 조망권‧일조권 등을 감안해 15층(45m) 이하로 계획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의 지침과 서동1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이 모순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서동 1구역 고시는 2016년에 이뤄졌고, 시 지구단위 지침은 2018년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서동 1구역은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밝히며 또한 "2018년 적용 지침은 광주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수립된 정비구역은 예외로 한다고 돼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아쉬운 측면이 눈에 띈다. 우선 첫 번째는 2016년에 사업승인이 났지만 2018년 도시환경 정비와 관련된 보다 진화된 지침이 만들어졌다면 2020년 서동 1구역 정비기본계획을 변경 고시할 때 왜 지침 적용을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서동 1구역 대단위 아파트 개발사업이 광주시가 계획한 정비구역이어서 지침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에 해당된다 할지라도 사직공원 시가지 조망권과 무등산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 도시환경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을 외면했다는 아쉬움이다.
대학에서 도시계획학을 강의하고 있는 A교수는 "도심공원에 인접한 초고층 대단위 아파트 개발계획은 쾌적한 도시환경 보존 차원에서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밝히며 "시민은 소외된 채 지자체와 아파트 개발업자, 재개발조합 등 3자가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대단위 아파트 개발 방식은 이제 시민 환경권 보호 차원에서 새로운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환경보존단체에서 활동중인 B씨는 "기초 지자체들이 주민 수 확대 시책에 함몰돼 조망권 침해 등 도시경관을 해치는 아파트 개발사업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해진 게 사실이다"고 말하며, 우후죽순 펼쳐지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 개발사업이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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