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턱밑까지 쫓아와…2000억 달러 부품산업 활성화되면 대규모 고용창출 가능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김부겸 총리와 함께 신임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26일 <더팩트> 광주전남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전 장관은 현재 윤상원 열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날 오전 광산구청에서 열린 사업회 기금 전달식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에 왔다.
그를 인터뷰에 초대한 것은 총리 후보 중의 한 사람으로 언론에 알려졌을 때 잠깐이나마 국정 전반에 관해 깊은 고심을 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방위적으로 문재인 정권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장관의 고견을 청취했다.
- 총리 임명설이 떠돌 때 국정 운영에 대해 고심의 시간을 가졌을 텐데
한국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중국이 20년 만에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미 IT나 항공우주, 바이오 산업에서 우리에 앞서 있는 중국이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를 추월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그 이후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선 상정해볼 수 있는 게 부품산업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000억 달러 규모의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면 엄청난 산업 경쟁력을 갖게 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도에 제가 청와대 근무할 때 대통령께 부품산업 관련 건의안을 올렸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7000억원을 투입해 460개 부품산업 기술개발 및 활성화 계획을 세웠지만 그 후 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다.
일본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며 산자부가 일본에서 수입해 온 부품을 국내 기술로 대체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나 이것도 추진이 잘 안되고 있다. 기술격차도 큰 게 아니다. 몇 년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기술 확보가 어려우면 전문 인력을 데려오면 된다. 부품산업 숨통만 열려도 엄청난 고용창출 가능하다.
- 부품산업 활성화 예산 마련은 어떻게
자금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환외 거래액이 4대 거래소를 합산하면 18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돈들이 산업에 투여되지 않고 허공에 떠돌고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생산적인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자금을 부품산업에 투자하면 50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할 수 있고 국가 경쟁력 신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게 문제다. 업권이라 얘기해야 하나? 경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세력들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다 보니 해결책이 안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나노필터 산업 같은 것이다. 20년 전에 정부 지원으로 필터 기술이 개발됐다. 개발됐으니 이를 쓰게 해야 하는데 구체적 정책이 없다 보니 무용하게 됐다. 촉매제 수입물량도 4조 가량 된다. 우리나라도 기술력을 확보한 20여개 업체 있었지만 안 써주니까 다 망했다.
물론 이런 것들을 다루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여러 기구들이 있지만 작동이 안 되고 겉돌고 있는 게 문제다. 그래서 총리설이 나돌 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일자리 만들어볼 욕심이 있었다.
- 정부가 노력은 하지만 일자리 창출 잘 안 되는 이유는
미스매치가 문제다. 2001년도 김대중 정부 일자리 창출 예산이 5조였다. 지금은 26조에 이른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성과가 미미하다. 2001년도 당시 기업들은 전산회계, 2차 용접 등 인력이 많이 필요했지만 당시 안산시화지역 현장을 조사해보니 정부 일자리 교육 예산이 조리, 위생직에 몰려있었다. 미스매치로 예산투입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현장 밀착형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에 관련된 공직자들이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 일자리 코드를 새롭게 만들어 정책 효율성에 집중해야 한다. 고용창출에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과 노동계의 요구에 갭이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을 정부가 감당해주면 된다. 근로자 주택공급 같은 것도 그러한 정책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이러한 갭 때문에 취업이 안되는 인력이 20만명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꼭 현금을 투입하라는 게 아니라 갭을 해결할 다양한 방안을 찾고, 관련 공무원 '동행면접' 같은 현장밀착형 정책을 강화하면 일자리 문제 개선된다.
- 집권 여당과 현 정부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공직기강도 엉망이고 부정부패가 극심하다. 국민을 위해 일을 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공무원 초과수당이 개인 당 40만~50만원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장 찍고 서로 사인하며 국민세금 공무원들이 나눠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게 도처에 만연해 있다. 이제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신임 총리가 이런 부분을 다잡아야 한다.
정권 재창출 동력 만들어 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국가 경쟁력 높이는 전방위적인 구조개혁 해야 하는 데 개혁이 검찰개혁과 공수처 출범과 동일시되다 보니 아무 것도 개혁되지 않고 정권 말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다른 부분 개혁 과제가 얼마나 많았나. 대학정원 문제, 기존의 낡은 시스템 뜯어 고치는 문제 등 산적해 있다. 국민고통 분담이라는 큰 틀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전방위적 개혁에 나섰다면 어차피 꼭 필요했던 검찰개혁 문제도 좀 더 순조로웠을 것이다. 개혁 동력을 그곳에만 쏟다 보니 국민 설득에 실패했다. 중도층 다 떠나갔다.
남북문제도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산에서 손잡았던, 그 피크에 뭔가 해야 하는데 너무 조심하다가 기회 다 놓쳤다. 개성공단도 못 풀었고, 남북 경협이나 교류사업 하나도 못 풀었다. 그래서 정권이 정신 차려야 하는데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권력에 취해있는 모습이다.
- 암호화폐 비트코인 정책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200조원 규모의 온라인 코인 시장에 젊은 층들이 몰려있다. 정부가 코인 시장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니까 수천조원의 자금이 떠돌고 있다. 코스닥과 코스피를 합한 규모 보다 훨씬 크다. 미국도 시카고 거래소에서 인정하고 일본도 코인 시장을 일부에서 열었다. 우리 정부도 이를 방치상태에 둘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방침을 세워야 한다.
현재 달러 중심의 국민 통화정책을 '달러 +α' 정책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를 막으면 코인 시장에 몰린 젊은 층 후유증이 심각해진다. 지금은 국제 간 거래에서도 코인이 통용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화폐가치 창출이 필요하다.
물론 위험요소가 있다. 그러나 거래소 운영기준을 분명히 하고, 관련 금융범죄를 정확히 명시하면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 가이드 라인 세워서 코인 시장 자금을 산업경쟁력 높이는 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 세계가 그렇게 가고 있는데 우리만 막을 수 없다. 정부가 관점 명확히 세워서 새로운 금융 통화정책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온라인에서 떠도는 자금을 구체적 장치를 통해 산업경쟁력 강화 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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