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초등생 숨진 통학로, 이번엔 돌더미가 와르르

12일 오후 전북 전주시 금암동 한 초등학교 통학로 담벼락 위에는 육중한 굴착기가 올라서 있고, 돌무더기와 나무 파편 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펜스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전주=이경민 기자

[TF현장]공사 업체 빗속 불법 공사 강행하다 돌무더기 통학로 붕괴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전북 전주시 금암동 한 초등학교 통학로에서 어린이가 등굣길에 공사 차량에 치여 숨진 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여전히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번에는 한 공사업체가 빗속에서 안전조치도 없이 불법공사를 진행하다 돌더미가 통학로에 쏟아졌는데,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전주시는 "어느 업체인지 알려줄 수 없고, 해당 업체가 진행한 공사가 불법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후 전주시 금암동의 한 초등학교 통학로.

인도 옆 담벼락 위에는 육중한 굴착기가 올라서 있으며, 돌무더기와 나무 파편 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진 펜스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더구나 비까지 세차게 내리고 있어 붕괴가 우려되는 이곳을 어린이들이 하굣길 위험천만한 보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부 행인들은 인도가 아닌 차도로 나와 이곳을 피해 갔다.

이날 오전 한 공사업체가 포클레인을 담벼락 위로 올리면서 돌무더기와 공사 파편이 붕괴되면서 통학로를 덮쳤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 공사업체가 안전조치도 없이 불법 공사를 강행하다 이 같은 사고가 속출했는데 전주시는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러하자 학부모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학부모 A(37) 씨는 "한 친구가 공사 트럭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아이들의 안전은 나아진 게 없다"며 "스쿨존 불법 주정차 신고를 해도 경찰과 전주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통학로에서 막가파식 공사현장과 위험한 공사 트럭도 아이들이 확인하고 가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매번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냐"라고 호소했다.

3학년인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 B(35) 씨는 "다른 학교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즐겁게 다니는데, 우리 아이는 3학년인데도 불구하고 통학로가 위험해 아직 혼자 보낼 엄두조차 안 난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한 공사업체가 빗속에서 안전조치도 없이 불법공사를 진행하다 돌더미가 인도로 쏟아져 일용직 인부 2명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 /전주=이경민 기자

돌더미가 쏟아진 통학로를 눈으로 확인한 학부모들은 "안전한 동네로 이사 가고 싶다"고 허탈해했다.

학부모와 사람들이 모이자 공사업체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급하게 현장을 떠났다.

붕괴 현장에는 일용직 인부 2명만 공사 파편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으며, <더팩트> 취재진이 공사 업체와 담당자가 누구냐고 묻자 "알려줄 수 없다"고 회피했다.

전주시도 입장은 마찬가지.

전주시 관계자는 "어느 공사업체인지 알려줄 수 없다"면서 "해당 업체가 진행한 행위는 실제 공사로 규정할 수 없으니 불법은 아니다"면서 "현장은 나가서 확인 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9일 이곳 인근 통학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C(11) 군이 레미콘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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