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폐허 속 방치한 ‘LH’…아이들 권리·안전 무시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2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 부지에 포함된 전포보람어린이집 인근.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주해 폐허와 쓰레기더미로 변했다. /부산=김신은 기자

학부모 집단 반발에 부지 일방적 이전 ‘철회’...원안대로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산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이전 부지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다가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국공립전포보람어린이집지키기 시민대책위는 1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LH가 개발이익에 눈멀어 국공립어린이집을 2년째 공사장 한가운데 방치하고 있었다"며 "오늘에서야 이달 말까지 원안 부지 공사일정에 대해 확답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전포보람어린이집은 LH가 추진 중인 ‘문현2지구 주거환경 개선사업’ 부지에 포함돼 있다. LH는 2014년 이 어린이집을 100여m 떨어진 사업부지 내로 옮기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5월 이 어린이집은 새 건물로 이전을 마쳤어야 하지만, 2019년 3월 LH가 갑작스레 예정지를 변경하면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기존 부지가 주거환경 개선사업 공사장 진출입로와 맞닿았다며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5월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학부모들은 6월에서야 변경된 계획안을 LH로부터 통보받고 집단 반발에 나섰다. 계획안에 따르면 새 이전지는 건물을 4층으로 올려야 하는데,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해 아이들이 계단으로 이동해야 하고 놀이터도 옥상에 마련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안전사고가 나면 아이들이 신속하게 대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산진구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어린이집 이전을 원래대로 돌리겠다며 LH에 원안 부지 이전을 추진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LH는 이미 변경된 계획안으로 시공사와 계약을 마친 뒤였다. 이 과정에서 LH는 지난해 7월 말부터 이 어린이집 인근의 석면 해체 작업까지 강행해 아이들이 폐허와 쓰레기더미로 변한 공사 부지 내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사업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어린이집 부지를 변경하더니 이를 반대하는 부모들을 위협이라도 하듯 어린이집 주변에서 안전펜스 하나 없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 해체 작업을 감행해 아이들과 교사를 위험에 노출시켰다"며 "LH로부터 안전권, 보호권, 학습권, 놀이권 등의 아동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개발이익 앞에서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했음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이후 진행될 어린이집 이전 공사와 아파트 건설을 위한 전체 공사과정에서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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