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책위 "LH 직원·시청 공무원·시행사 직원 등 200여건 투기" 주장
[더팩트ㅣ용인= 권도세기자]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투기 의혹의 핵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예정지 주민들로 구성된 원삼주민통합대책위는 18일 용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 일원에서 공직자(LH)의 투기로 의심되는 30여 건을 확보했다"며 경찰 등 수사기관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LH 직원 외에 시청 공무원과 시행사 직원들도 대거 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주장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6만㎡에 사업비 1조7903억 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약 122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2018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대박'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값이 30∼40% 급등했다.
2019년 3월 29일 사업부지로 원삼면이 확정되고 주민공람공고가 진행됐으나 3년 전부터 사업 예정지의 경계와 토지이용계획 등이 담긴 도면이 나돌면서 이를 활용한 투기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반도체클러스터 투기의혹은 최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용인시는 지난 7일 반도체클러스터와 플랫폼시티 등 관내 사업지구에 대한 투기세력을 차단하겠다면서 시 자체조사결과 사업지구 내 토지를 보유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군기 용인시장은 18일 긴급 브리핑에서 시청과 용인도시공사 직원 4817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6명이 사업부지 관련 토지를 취득했고, 이중 투기의심 정황이 있는 3명은 경찰에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토지 소유 공무원이 없다고 했다가 열흘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더구나 시가 밝힌 투기의심 공무원은 공무원 이름과 토지거래 명세서 이름을 대조한 것이어서 가족이나 차명 투기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투기 의혹을 제기해왔던 원삼면 주민들은 시가 공무원 3명에 대해서만 수사의뢰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수용토지 경계선에서 반경 1㎞ 이내의 토지거래내역을 자체 조사해 200여건의 투기의심 정황을 확보했다"면서 "200여건 가운데 30건은 LH 직원의 거래로 의심되며, 다른 20건은 시청 공무원과 사업시행사측 직원의 거래로 의심된다"고 했다.
특히 30건의 거래는 토지 수용지 경계선 밖 반경 2㎞ 이내의 원삼면 독성리(3000여㎡), 죽능리(5000여㎡), 사암리(2만여㎡) 임야에 대해 이뤄졌으며, 대부분 2명 이상의 공동명의였다고 했다.
대책위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이들의 명단을 밝힐 수는 없지만, 수사기관에서 요청해오면 모든 조사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무원뿐 아니라 반도체클러스터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 SK측의 담당 직원, 원삼면사무소 공무원 등으로 투기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는 사업부서 근무 이력 직원(358명)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2800여명, 투기의혹이 제보되는 직원·가족을 대상으로 2차 부동산투기 조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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