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골목 꺼지지 않는 불...마산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는?

창원 마산합포구 서성동에 위치한 경남 유일의 전업형 성매매집결지. 입구에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 성매매는 불법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창원시 제공

창원시, 5월 성매매 종사자 자활지원조례 시행규칙 마련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83~84번지, 일명 '신포동 꽃동네'라 불리는 경남 유일의 전업형 성매매집결지가 수년째 폐쇄를 놓고 씨름 중이다.

창원시는 서성동 성매매집결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폐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 2024년까지 해당 지역에 근린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매매 종사자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폐쇄가 '정체'되고 있다.

서성동 성매매집결지는 1905년 마산항 개항 이후 마산포구와 삼랑진을 잇는 철도 신설 시기에 일본인 성매매 여성들이 몰려들면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197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이 설립되고 주변 지역의 경제적 효과로 사람이 모여들면서 서울 '미아리', 부산 '완월동' 등과 함께 전국 5대 성매매집결지로 꼽힐 만큼 유명세를 높였다.

서성동 성매매집결지에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까지 45개 업소에서 300여 명의 여성들이 성매매에 종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시는 현재 20여개 업소에 약 70여 명의 종사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중이다.

◇창원시의 폐쇄 노력

지난 2019년 허성무 창원시장은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15년이 지났음에도 창원에 성매매집결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앞서 창원시는 2013년 성매매집결지를 3.15민주공원으로 재정비하는 방안을 내세웠지만 용역 결과 부적합 결론이 나와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15년에도 재건축 계획을 놓고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거론됐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2019년 창원시는 적극적인 폐쇄 절차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창원시는 그 해 6월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일대에 근린공원으로 조성하는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또 7월에는 종사자들이 성매매집결지를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창원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인권보호 및 자립·자활 지원 조례' 마련에 나섰다.

또 10월에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 TF'가 구성됐으며, 12월에 성매매집결지 내 4차례의 시도 끝에 폐쇄회로(CC)TV 설치에 성공했다. (CC)TV는 성매매집결지 출입구 2개소에 각각 3대씩 설치돼 있다.

지난 2019년 12월 4차례의 시도 끝에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내 폐쇄회로(CC)TV 설치에 성공했다. 사진은 (CC)TV를 설치하고 있는 작업자의 모습. /창원시 제공

◇거세게 반발하는 성매매 종사자들

그러나 11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서성동 성매매집결지에 터를 잡아온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은 예견된 결과였다.

창원시가 2019년 강경한 폐쇄 대책 중 하나로 (CC)TV 설치에 나서자 업주들이 강력하게 저항했다. (CC)TV 설치 당시 업주 2명은 설치 장소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휘발유를 들고 위협하고 한 종사자는 휘발유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성매매 업주와 종사자들은 "불법이지만 생업이 걸린 문제다. 하루 아침에 생업을 잃고 쫒겨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미봉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창원시 한 관계자는 "폐쇄에 대한 여론의 집중으로 성매매집결지 폐쇄 절차를 밟고 종사자들에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이들이 또 다른 외곽 지역이나 타지역으로 옮겨 성매매를 계속 하는 일도 빈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성매매를 근절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 진척은?

창원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현재 다방면으로 폐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민관협의체와 시, 경찰이 협동해 여성 자활지원 과정이나 철거 문제 등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 타지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과정도 계속 진행해 왔다"면서 "외부적으로는 폐쇄 절차가 더뎌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속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어 조금씩 진척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용산역과 인천의 학익동은 도시 재개발사업을 통해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전주의 대표적인 우범지역이었던 '선미촌'은 지난 2015년 문화 재생사업을 실시해 과거 성매매업소와 폐가 등이 즐비했던 곳이 예술책방과 주민소통 공간 등으로 완전한 변화를 이뤄 귀감이 되고 있다.

창원시는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일대의 근린공원 조성계획에 따라 도시관리계획(공원) 결정(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3~4월 중 개최하고,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 조례 시행규칙이 마련되는 오는 5월부터는 피해여성에 대한 자활지원 사업들을 펼칠 예정이다.

창원시가 17일 서성동 집결지 폐쇄 및 피해여성 지원을 위해 민관협의체와 정기회의를 열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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