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1명 참여 피해대책위 “수사 과정에서 주범 목사가 종범으로 둔갑”공소장 변경 요청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 A교회 목사가 기아자동차 취업을 미끼로 교회 내 인맥과 지인들로부터 150억 원에 달하는 사례비를 수수한 희대의 취업사기 사건이 시민사회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만 무려 651명에 이를 정도로 조직적인 취업사기 사건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데다,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리고 검찰공소의 내용이 부당하다며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검찰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서 A목사는 지난 해 9월 경 평소 알고 지내던 B씨로부터 "광주기아자동차(서구 광천동)에 취업시켜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목회하던 교회의 장로 및 교회 관계자들을 통해 150억원 상당의 취업 보증금 명목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 대책위에 따르면 A목사의 취업 지원자 모집 과정에 36여곳에 달하는 교회의 목사와 신도 등 교회 관계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A목사가 목회하던 교회의 장로와 광주 C 교회의 목사 1인은 이미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그러나 대책위 간사 D씨는 "대다수 피해자들이 교회에서 직분을 가진 이들이며, 이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100여명 이상의 목사들이 이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A목사 관련 취업사기 재판은 피해자 대책위가 검찰 공소장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파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변경 요청에 따르면 "A목사는 150억원을 수수해 피고 B에게 131억원을 송금하고 20억원을 편취했다"고 적시하며 또한 "이 과정에서 A목사는 피고 B의 취업제안 진위여부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법인은 "B를 통한 취업이 불가능하고, 취업지원자들로부터 수수한 보증금의 상당액을 소모했음에도 피해자들에게 100% 환불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현재 공소장에 사기방조죄로 명시돼있는 A목사를 B와 사기를 공모한 공동정범으로 변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법무법인은 "A목사는 형사입건 될 것을 이미 예감하고 자신 명의의 재산을 부인에게 이전하기도 했다"며 고의성을 거듭 강조했다.

피고 B와는 일면식도 없을뿐더러 A목사의 말만 믿고 돈을 송금한 피해자들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A목사가 사기죄도 아닌, 사기방조자가 된 공소장의 내용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24일 열린 재판에서 피해자들 일부가 A 목사에게 거칠게 항의하다 강제 퇴정당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11일과 12일 잇달아 열린 재판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켜본 언론인 E씨는 "목사에 대해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는 한국 교회의 풍토, 그리고 청년취업 절벽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안타까운 사건이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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