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들, “얼마나 죽어나가야 차별금지법 제정되나?”

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 추모 및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성 소수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대구=이성덕

[더팩트ㅣ대구=이성덕 기자] 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 추모 및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성 소수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열린 ‘성 소수자 생존을 위한 이어 말하기 대구’ 행사에서 정의당 대구광역시당 성소수자위원회, 무지개인권연대,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등 관련 기관 단체와, 성 소수자들이 참석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성 소수자인 소수(활동명)는 현장에서 "성 소수자들 친구들과 언제까지 죽어야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사회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면서 "법은 우리를 지켜줄 수 없고 알아서 살아가라며 내려두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버려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들의 인권을 나중에 지켜주겠다고 미루고 있는 상황이 너무 슬프다. 우리들의 인권이 어떻게 나중이 될 수 있으며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빨리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호소했다.

또 다른 성 소수자인 라원(활동명)은 자유발언을 통해 "성 소수자를 떠나서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 혐오를 받아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성 소수자에 대해 혐오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상을 떠난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와 제주퀴어문화축제 대표 고(故) 김기홍 활동가를 조롱당하지 않고 애도하고 싶고 뉴스에서 살아남은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대구시당 한민정 위원장은 "최근 지인의 부탁을 받아 혈소판 지정헌혈을 한 적이 있었는데 관계자로부터 출산한 여성은 혈소판 헌혈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저는 출산을 한 적이 없는데 50대인 제 나이를 보고 당연히 아이를 출산했을 것이라고 단정을 짓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일상 속에서 타인으로부터 흔히 일반적 잣대를 두고 우리의 모습을 단정 짓는 경험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지극히 평범하다는 이 말속에서 수많은 차이와 차별로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따져 물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정의당은 모든 차별과 맞서서 싸우고 있으며 국민 70~80%가 동의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아직 국회의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에 우리는 정부를 규탄하고 끊임없이 함께 싸울 것이다"고 전했다.

성 소수자 생존을 위한 이어 말하기 대구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대구=이성덕 기자

한편, 지난달 24일 성 소수자 운동 활동가이자 트렌스젠더인 김기홍 씨가 사망했고 뒤이어 이달 6에는 변희수 육군 하사가 사망했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성별, 장애, 외모, 나이, 피부색, 종교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률이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 추진한 뒤, 2007년, 2010년, 2012년 등 3차례에 걸쳐 입법을 시도했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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