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캐릭터를 키워서 6시를 공략해"…'1타 강사' 박광일 댓글공장 전말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국어강사 박광일씨를 구속 기소했다. /더팩트DB

검찰,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 적용 구속 기소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드루킹 걔는 우리 업계로 치면 완전 초보야."

유명 수학 강사 '삽자루' 우형철씨가 지난 2019년 <더팩트>와 만나 한 말이 사실로 확인됐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입 수능 국어 '1타 강사' 박광일(44)씨의 얘기다.

28일 검찰과 우씨에 따르면 박씨 회사가 댓글을 조작한 전말은 이렇다.

경쟁 관계에 있는 강사를 특정한 프레임에 집어 넣고 거리낌없이 조롱하며 비하한다. 처음에는 댓글 작성자의 의도를 의심하다가도 결국에는 사람들이 믿게 된다. 설사 믿지 않더라도 그 강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느낌을 자기도 모르게 가지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 특별한 두 가지 '옵션'이 추가된다. '캐릭터 키우기'와 '가상사설망(VPN) 사용'이다.

먼저 새로 만든 아이디로 수능을 보는 또래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선정해 관련 글을 주기적으로 올린다. 아이디에 신뢰도를 쌓기 위한 작업이다. 그렇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간 캐릭터를 키우고 나서 1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수능과 관련된 글을 올린다. 아이팟을 좋아하는 서문여고 3학년 김XX이 올린 글로 둔갑시키는 과정이다.

박씨가 고용한 불법 바이럴마케팅 업체 직원 1명이 이렇게 수 십에서 수 백명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회사를 차리는 치밀함도 드루킹을 능가하는 지점이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댓글을 작성하다보니 내부 고발이 아니면 수사망에 오를 일도 사실상 없다.

실제 이 사건도 내부 고발자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경쟁 강사를 비방하는 댓글의 내용은 대부분 출신 지역이나 외모, 학력 등을 문제삼는다. 전혀 본질과 관련이 없지만 현실에 억눌려 억제된 수험생들의 공격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박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6시'(호남을 비하하는 은어), '놈현'(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 '재기해'(특정인을 비하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뜻하는 단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연 매출만 수 백억원에 달한다는 1타 강사가 왜 이런 '댓글공장'까지 차려야 했던걸까.

노량진 학 유명강사는 "예전과 달리 인터넷 강의는 승자가 전부를 독식하는 구조"라며 "1등을 지켜내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이런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강사는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강사와 학원이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불안감을 역이용하는 댓글 조작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물론 박씨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법정에서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함께 구속된 본부장으로부터 댓글 조작 계획을 보고 받은 부분에 대한 실체를 파악했다"며 "향후에도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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