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사퇴 후 민주당 입당…"지금은 시정 연속성 필요한 때"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굉장히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20일 늦은 오후 부산시청 집무실. 2020년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내뱉은 첫말이다.
지난해 부산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퇴와 초량지하차도 참사, 코로나19 사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변 권한대행은 2019년 1월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부임, 이듬해 4월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이후 직무대행을 맡아 시정의 공백을 무난하게 메워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 사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갑작스레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고 그 책임에 최선을 다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시정을 운영하다보니…."
그는 9개월 동안 시정을 이끌어오며 시장이라는 역할에 대한 의미와 부산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정을 꿰고 있는 ‘행정 전문가’인 그는 지금의 부산은 과감한 붓질로 새로운 그림을 그릴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링에 오를 예비후보들의 몸풀기가 한창인 가운데 변성완 권한대행도 26일 사퇴한 뒤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 지난해 오거돈 시장의 사퇴, 초량지하차도 참사,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권한대행을 맡아 시정을 이끌었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사다난했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제겐 평생 기억에 남을 한 해였죠. 특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까지 겹쳐 시민들이 ‘시장이 없으니 불안하다. 시정이 안 돌아간다’라는 말씀을 하실까봐 두 배는 더 뛰어다닌 것 같아요. 정말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 올해 시정 운영 방향은 어떻게 되죠.
지난해가 격변의 한 해였다면 올해는 위기를 넘어 부산이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고자 해요. 코로나 대응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경제, 사회, 복지 등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상반기는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민생 경제 안정에 주력한다면 하반기는 부산 미래비전을 완성하는 과정이 될 거라고 봅니다.
- 최근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시정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각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부산의 비전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봐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렇지만 시정과 정치를 결합해서는 안 돼죠. 이 자리를 빌려 시정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저를 비롯한 모든 공무원들이 매일같이 불철주야 분투하고 있어요. 일부 예비후보들께서 잘못된 사실을 바탕으로 시정을 흔들고 계신데, 지금이 비록 정치의 시간이긴 하지만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를 이젠 시원하게 밝혀주시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등록일이 27일부터 31일까지입니다. 공직 신분으로는 출마를 할 수 없으니 그 전에 입당을 해야죠. 사퇴 날짜는 26일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 평생 공직 생활을 해오셨잖아요.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권한대행으로서 시정을 운영하다보니 시장의 역할에 대한 의미와 부산의 발전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많은 분들께서 부산의 발전에 있어서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연속성 있게 일을 추진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요. 또 공직사회에 들어와서 최고 위치인 1급까지 올라왔어요. 차근차근 정리를 해야 할 입장이었고, 그 이후에 고향인 부산에서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어요.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 진 것이죠.
- ‘연속성’을 강조하시는데, 본인이 현안들을 차질없이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거죠.
시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복잡해요. 특히 부산은 14조원에 달하는 큰 규모의 예산이 운영되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데 이번 보선의 새로운 임기는 1년여 남짓이잖아요. 짧은 기간에 시정 경험이 없는 분이 시급한 현안들을 차질없이 챙기기란 벅찬 시간이라고 봐요.
- 그럼 앞으로 부산에 정착하실 건가요.
결혼 후 서울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지만 부산에 어린 시절을 지낸 집이 있어요. 제 집은 아니고 부모님 소유인데 전세를 준 상태에요. 아주 오래된 집이지만 리모델링을 해서 가족 모두가 정착할 계획이에요.
- 이번 보궐선거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만큼 당시 행정부시장으로 계셨던 만큼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시장님의 사적인 부분을 알 수는 없었더라도 보좌했던 참모로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도의적 챔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에게 정말 송구스럽고요.
- 초량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선.
당연히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지금도 변함없이 송구스럽게 생각해요. 이러한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 시정의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봐요. 시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죠. 변명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 후임으로 시정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분을 임명해달라고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어요. 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관리를 잘 해놓고 가는 게 도리이고요.
- 예비후보들 간 난무하는 마타도어,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산의 발전과 시민을 위한 수장을 뽑는 선거가 경쟁 후보 비난으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어서야 되나요. 마타도어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단지 부산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선의의 경쟁만을 펼칠 계획이에요.
- 본인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시정을 꿰고 있는 ‘행정 전문가’라는 점이죠. 무엇이든 기본이 바탕이 돼야 발전이 있는 것이죠. 지금은 안정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 나가야 할 때지, 새로운 그림을 입혀 일을 번복시킬 때가 아니에요. 자칫 잃어버린 시간이 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제일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 한마디.
코로나19라는 끝을 알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방역에 적극 동참해주고 계시는 시민과 자영업자 분들께 송구스러운 마음과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시의 역량을 믿고 마지막까지 조금만 더 힘내 주시길 바라고, 우리 모두가 꿈꿔왔던 희망에 헌신적으로 기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씀드립니다.
hcmedi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