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우려" 구속영장 발부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수능이든 공무원시험이든 인터넷 강의에서는 결국 1등만 살아남는 거에요."

대입수능 국어 과목 '1타 강사'(1등 스타 강사) 박광일(45)씨가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학원가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연 매출만 수 백억원에 달한다는 1타 강사가 왜 '댓글공장'까지 차려야 했던걸까.

19일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유명 수학 강사 '삽자루' 우형철씨는 2019년 6월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of the 팡일, by the 팡일, for the 팡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의 골자는 박씨가 수백 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다른 강사를 비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회사를 차린 뒤 VPN(가상사설망) 등을 이용했다는 내부 고발도 있다.

사흘 뒤인 25일 박씨는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먼저 수험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제가 큰 죄를 졌다"며 "모든 것이 오롯이 저의 책임이며 그에 따른 벌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마 고개를 들고 학생들을 바라볼 자신이 없기에 강단에서 물러서는 것만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심정적으로 저를 용서하지 못하시겠지만 저를 믿고 제 커리큘럼을 따라오는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수능까지 강의를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그러자 박씨가 속한 대성마이맥과 경쟁업체인 '메가스터디'는 박씨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은 경찰은 사건 폭로 5달 만인 11월 무렵 박씨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송치했다. 박씨가 운영했던 바이럴 마케팅 회사 직원 3명에게는 기소 의견을 달았다. 공모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지지부진했다. 1년 넘게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그러다 검찰이 갑자기 지난 13일 박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박씨와 직원들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한성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박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씨가 운영한 댓글조작 회사 관계자 2명도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됐다.

박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법정에서도 진실공방이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박씨는 대치동에서도 유명한 1타 강사다.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강사인 만큼 1년 매출만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원가 관계자는 "인터넷 강의는 승자가 전부를 독식하는 구조다보니 경쟁이 치열해 업계에선 관행처럼 이런 일(댓글 조작)을 해왔던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유명 인강 강사는 "요즘 많이 정화됐다고 하더라도 대치동이나 노량진에 있는 강사 중에 댓글 조작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1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결국 이런 최악의 선택을 하게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강사는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강사와 학원이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불안감을 역이용하는 댓글 조작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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