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양육 부담 줄이고, 지역공동체 회복해야"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지난 15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A(8)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으로 지목된 엄마 B(44)씨는 1주일간 딸의 시신을 방치하다가 119에 신고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숨진 A양의 아버지(46)는 그 소식을 듣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더팩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별다른 직업도 없이 지내던 B씨는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A양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정신적으로 힘겨운 상태에 내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이혼을 않은 채 A양의 친부와 함께 살다 2013년 무렵 A양을 출산했다. A양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어린이집은 물론 학교에도 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주 전인 지난 14일에는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한 아파트 거실에서 40대 여성과 그의 큰 딸(13), 작은 딸(5) 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사실상 별거 중인 남편과의 관계가 틀어지자 아이들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이 남긴 메모 형식의 유서에는 "이런 일(남편의 불륜)을 겪고 도저히 살 수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일산에서는 지난 16일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친모가 경찰에 입건됐고, 같은날 안성에선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친모가 5살배기 딸을 흉기로 찌른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자녀 살인' 혹은 '자녀 살인미수'라 부를 수 있는 사건이 올해만 벌써 4건이나 발생한 셈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지역공동체가 사실상 붕괴된 우리나라에서 이런 유형의 사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끔찍한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모의 양육 부담을 줄여주고 지역공동체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빈곤에 빠졌을 때 우리들은 나약해진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엄마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양육의 부담을 조금만 덜었다면 이런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우리가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기초수급비의 현실화"라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의 복지 정책만으로 이런 비극을 다 막을 수 없다"며 "고립무원에 빠져 있는 한 가족, 한 개인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지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다"며 "만약 저 엄마들에게 이웃 네트워크라도 있었다면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우리 인간에게는 모두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며 "그것이 무너지면 결국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자신의 생명조차도 하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업은 돈벌이를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다. 서로가 인정하고 또 인정받는 중요한 네트워크"라며 "저 엄마들에게 직장 내 대인관계만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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