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서 ‘상부상항’ 새겨진 첫 목제 유물 발견

전북 정읍 고사부리성에서 발견된 ‘상부상항’명이 온전하게 새겨진 첫 목제 유물. / 정읍시 제공

전문가 유물 선별 과정 통해 국립박물관 등에 소장될 예정

[더팩트 | 정읍 = 곽시형 기자] 전북 정읍시와 (재)전라문화유산연구원이 추진한 정읍 고사부리성 성벽에 대한 8차 정밀발굴조사가 지난해 12월 완료됐다.

12일 정읍시에 따르면 사적 제494호 정읍 고사부리성(井邑 古沙夫里城)은 행정구역상 정읍시 고부면 고부리, 성황산(해발 133m) 정상부에 자리한다. 고사부리성은 백제 오방성(五方城) 중의 하나인 중방(中方) 성으로, 조선시대 영조 41년(1765년)까지 읍성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고사부리성은 성황산의 두 봉우리를 감싸는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둘레 1050m, 장축 길이 418m, 단축 길이는 200m 내외다. 이번 발굴조사는 남성벽 내측 평탄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두 봉우리 사이의 계곡부에 해당한다.

조사 결과 삼국시대, 통일 신라시대, 조선시대의 다양한 유구와 공간 이용의 변화상이 확인됐다. 특히 조사구역이 두 봉우리 사이 계곡부에 위치해 유수 퇴적층과 물을 이용하기 위한 저수시설 및 우물, 배수 시설(목제 배수로), 지반 보강 시설 등이 다수 확인됐다.

그 가운데 백제시대 층에 조성된 직사각형 모양의 구덩이(길이 640㎝, 잔존 너비 192㎝)는 내부가 오랜 기간 침수되어 얇은 점토층과 실트층이 반복적으로 쌓여있었다. 바닥에는 삿자리를 깔고, 양 가장자리에 구덩이의 길이 방향으로 한쪽에 결구를 위한 구멍을 뚫은 막대형 목재(길이 144∼148㎝, 두께 3.3∼3.6㎝)를 한 쌍씩 나란히 붙여 설치한 것이 확인됐다. 막대형 목제 유물의 하나에서 상하 방향으로 새긴 ‘상부상항(上卩上巷)’명이 확인됐다.

상부와 상항은 백제의 수도를 편제한 오부(五部)·오항(五巷) 중의 하나로, 기존 북문지 발굴조사(2005)에서도 상부상항 기와편이 출토된 바 있다. 이 자료들은 부여, 익산 등 백제의 고도에서 주로 출토되는 것으로, 정읍 고사부리성에서도 확인됐다는 사실은 백제 중방 성으로서 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오부명이 새겨진 유물은 대부분 기와이고, 오부명과 오항명이 함께 기술된 것은 부여 궁남지에서 출토된 서부 후항(西卩 後巷) 명 목간(木簡)이 유일하다. 이번 고사부리성에서 나온 ‘상부상항’명 유물은 나무에 새겨진 목제 유물로 최초이자, 기존 조사를 통해 추정되던 상부상항명이 온전한 형태로 확인된 첫 사례다.

또한 백제 사비기의 것이 확실한 오부와 오항 명이 함께 새겨진 자료로 학술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시는 앞으로 오부와 오항의 관계, 그리고 고사부리성에서 출토된 ‘上卩上巷’의 의미를 파악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부상항명이 새겨진 목제 유물을 비롯해 이번 조사에서 출토된 목제 유물들은 현재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원형 유지를 위한 보존처리 중이며,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의 유물 선별 과정을 통해 국립박물관 등에 소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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