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르포]부산시청·부산역 야외 흡연부스 ‘방역 사각지대’ 방치해도 되나

부산 사상구의 한 PC방 내 흡연실 문에 부착된 1인 의무화 방역수칙 게시물. /부산=조탁만 기자

PC방 흡연부스만 '1인 사용' 의무화…PC방은 방역수칙 준수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지난 2일 정부의 거리두기 2주 연장 방침에 따라 부산도 3일 종료 예정이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됐다. 그러면서 ‘일부 방역수칙’이 추가됐다. 그 중 하나가 PC방과 관련한 수칙이다.

부산에서는 그동안 타 지역과는 달리 미성년자의 PC방 출입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날부터 미성년자 출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대신 전자출입명부 설치와 흡연구역 1인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자 PC방이 ‘N차 간염’의 진원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PC방을 가지 못한 학생들이 방학 시즌을 맞아 몰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4일 오후 2시쯤 부산 사상구의 한 PC방. PC방 내 흡연실에서는 ‘1인 의무화’ 방침을 잘 따르고 있었다. PC방엔 고객들이 드문드문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날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할 만큼 최근 부산서도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시민들이 다행히 외출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근 PC방 3곳을 둘러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PC방 업주는 "겨우 미성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방역수칙을 어겨가며 생계가 힘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사이에 설치된 한 흡연부스에서 5명이 모여 담배를 태우고 있다. /부산=조탁만 기자

일각에서는 PC방에만 적용하는 '흡연부스 1인 사용 의무화'에 대해 볼멘소리도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연장했음에도 행정기관에 설치된 흡연부스는 제대로 단속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사이에 설치된 한 흡연부스엔 5명의 공무원이 모여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4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연장했지만 연장 첫날부터 방역수칙은 실종된 셈이다.

한 공무원은 "담배를 태우기 위해 흡연 부스를 찾았을 뿐"이라며 "단속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흡연부스 1인 의무화는 PC방에 한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역 입구에 마련된 흡연 부스. /부산=김신은 기자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역 입구 앞에 설치된 흡연부스도 사정은 비슷했다. 흡연부스 안엔 4명의 시민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사람 간 최소 1m 이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적힌 안내문만 덩그러니 흡연실 입구 벽면에 붙어있을 뿐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돼 음식을 먹을 때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즉, 흡연할 때만 마스크를 빼고 전후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흡연구역 이용 시 거리를 두고 대화를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청이나 부산역에 설치된 흡연부스에서 이를 지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연장하면서 PC방 ‘흡연부스’만 제한하고 공공기관 내 흡연부스는 사실상 '방역 사각지대'로 방치한 셈이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일반적으로 흡연실 경우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많다. 1년 동안 코로나 방역을 진행해왔으나 꼼꼼하지 못한 부산시의 행적적 한계도 보인다"며 "부산시 재량으로 충분히 흡연부스 인원 제한을 할 수 있음에도 행정적으로 놓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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