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농가 "때린 사람은 잊어도, 맞은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어"
[더팩트 | 남원=이경민 기자] 전북 남원시 공무원의 착오로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날린 농가가 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도 보상조차 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특히 이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에게 돌아갔지만, 담당 공무원은 "오래전 일이고, 당시 원만하게 구두 합의된 일이니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원의 한 시골마을에서 농촌형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던 A 씨.
그는 지난 2014년 3월 12일 남원시로부터 '사회적기업 신규 지정 공모에 따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선정됐다는 결과를 공문을 통해 통보받았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A 씨가 신청한 7명의 일자리 창출 사업 공모가 선정됐기에, 해당 근로자 7명의 근로계약서와 4대 보험 가입 확인서 등을 23일까지 시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
당시 A 씨는 공모 선정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왜냐하면 A 씨가 준비한 사회적기업은 시골 마을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상생하기 위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A 씨는 동네 장애인을 비롯한 장기 실직자와 저소득층 등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위주로 7명을 채용한 뒤 4대 보험을 가입해 서둘러 남원시에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A 씨가 추진한 사회적기업은 생계가 어려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순항하는 듯했지만 한 달 만에 좌초되고 말았다.
남원시 담당 공무원이 A 씨가 공모에 신청한 일자리 창출 사업이 탈락했는데도 A 씨에게 선정됐다고 잘못 통보했기 때문이다.
A 씨는 "한 달 뒤 선정 결과에 따라 인건비 보조금이 지급돼야 하는데 입금이 안 돼서 해당 기관에 확인했지만, 담당자는 "우리의 사회적기업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라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통보에 어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해보니, 일자리 창출 사업 공모에 탈락했는데도 불구하고 남원시 공무원이 선정됐다고 공문을 잘못 보낸 것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A 씨의 사회적기업은 문을 닫아야 했다. A 씨는 "당시 어렵게 직업을 구한 사람들에게 이 비보를 어떻게 전해야 하나, 며칠을 고민하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당사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인건비 등 1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고용해지 보상금과 4대 보험료, 사회적기업 추진 비용 등을 A 씨는 당시 손해를 봤다.
하지만 남원시 담당 공무원은 <더팩트>의 질문에 "내 실수로 벌어진 일이지만 당시 지역 기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구두로 원만하게 협의한 일이다. 당시 A 씨가 괜찮다고 했는데 오래된 일을 왜 지금 와서야 문제 제기를 하냐"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보상도 없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A 씨는 "남원시 보조를 받아 영농조합을 운영하며 사회적기업도 준비 중인 '을'의 입장에서 어떻게 '갑'의 위치인 남원시를 상대로 강하게 항의를 하냐. 당시 일부 지역 기자들에게 알렸지만 기사화되지 못했다"면서 "때린 사람은 잊어도, 맞은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