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에 창건된 고구려계 사찰 의의
[더팩트 | 임실=한성희 기자] 전북 임실군이 ‘임실 진구사지(任實 珍丘寺址)’가 전북도 기념물 제144호로 지정되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1992년 임실군 신평면 용암리 사지에 대한 발굴과정에서 ‘진구사(珍丘寺)’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기와가 출토되면서 학계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번 지정을 통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용암리사지가 고구려계 보덕(普德) 화상의 제자 적멸(寂滅)과 의융(義融)에 의해서 7세기에 창건된 고구려계 사찰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진구사는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태종대 자복사(資福寺)로 지정된 이후 임진왜란 전후 소실된 바 있다.
1992년부터 시작된 9차례에 걸친 발굴을 통해 신라시대 건물지, 고려시대 건물지, 조선시대 건물지가 차례로 확인되며, 각 시기별 유물이 출토됨에 따라 진구사지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실 진구사지가 있는 용암리 북창마을은 조선시대 임실현 북창(北倉)이 있었던 곳인데 사지 주변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진구사의 영역을 유추해서 정하고 발굴을 통해 그 실체를 파악하는데에는 곤란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2019~2020년 ‘임실 진구사지 석등 주변 종합정비계획 수립 학술연구용역’의 지표조사를 통해서 1차적으로 임실군 신평면 용암리 187-1번지 주변 주차장을 포함하여 34필지 11,055㎡에 대하여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임실 진구사지’ 문화재 구역 내에 위치한 보물 제267호 ‘임실 진구사지 석등’은 높이 5.18m에 이르며, 1963년 ‘임실 용암리사지 석등’으로 명명됐다. 1978년 도 유형문화제 제82로 지정된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상’등이 모두 통일신라 말기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1920년 진구사지에 세운 중기사(中基寺)에 소장하고 있었던 철불 또한 통일신라 말기 작품으로 2020년 6월에 전라북도 유형문화제 제268호로 지정됨에 따라 진구사지와 중기사를 연결하는 문화관광에도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임실군은 임실 진구사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를 위해서 2018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약 3년에 걸쳐 국도비 7억을 들여 임실 진구사지 석등 관리사를 한옥형으로 건립했다.
관리사에 한 칸에 진구사의 연혁, 발굴과정, 출토유물 등을 사진과 패널로 전시하여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임실 진구사지와 약 1km 떨어진 신평면 가덕리에서 발견된 임실 가덕리 하가 구석기 유적은 섬진강 신평천 구간에 위치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큰 ‘S’라를 그리며 흐르고 있다.
임실군 관계자는 "가덕리 하가 구석기 유적도 구석기시대 경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장점이 있어서 섬진강 신평천의 맑은 물을 따라 걸으며 임실 진구사지 일대에 피어난 통일신라시대 불교문화를 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