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현대 사회에서 인문공동체를 일궈내기 위한 핵심적인 사회적 인프라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도서관의 운영실태는 그처럼 진화된 역할과 기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광주시 관내 도서관들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도서관의 기능을 시민사회의 새로운 요구에 걸맞게 그 기능과 역할을 확장시키기 위한 기획특집 시리즈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주민 소통의 따뜻한 공간…질적 수준은 아직 걸음마
[더팩트ㅣ광주=나소희 기자]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할 정도로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작은 도서관은 지역민들을 이어주는 따뜻한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는 지난 2012년 강운태 전 광주시장의 "도서관을 통해 주민들의 독서와 지식 습득은 물론 만남과 소통의 친근한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을 500개관으로 확충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작은도서관의 개수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광주시 작은도서관은 총 421곳으로, 동구 40곳·서구 79곳·남구 72곳·북구118곳·광산구 112곳이다. 광주시 인구와 비슷한 대전의 작은도서관 개소수는 125곳으로 광주의 작은도서관 개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평균 이상의 양적 기반을 갖춘 광주의 작은 도서관의 질적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광주의 작은 도서관 운영자들은 도서관의 진화된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있지만, 질적 성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누구나 모일 수 있는 ‘모임터’ 역할
광주의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해 지난 2015년에 개관한 풍경채 작은도서관 윤정은 매니저는 "작은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공간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모임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도서관의 변화된 역할을 설명했다.
풍경채 도서관은 오전에는 어르신을 위해 요가, 라탄공예, 꽃꽂이 등 문화 취미생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독서와 논술, 도예 등을 진행하는 초등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또 저녁에는 아이들의 돌봄 장소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윤 매니저는 "도서관은 지역민을 이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공간인 동시에 사회생활의 중간 매개체"라며 "청소년들에게는 건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퇴직자에게는 취미를 다시 찾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작은도서관의 순기능을 소개했다.
◆ 마을 유래 찾기부터 지역민의 교양 함양 프로그램 기획까지
2014년 개관해 종교단체에서 운영 중인 꿈틀어린이 작은도서관 장경희 관장은 "뭐든지 빨리빨리 움직이는 시대에 도서관에서나마 치열함을 덜고 싶었다"고 도서관을 맡게 된 계기를 밝혔다.
꿈틀 도서관은 지역민들과 함께 마을의 유래를 알아보고 그것을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로 알려진 권정생 작가의 삶을 탐구하며 지역민들과 생각을 넓히고, 교양을 함양시키는 문화행사를 기획해 운영중이다.
장 관장은 "막상 판을 벌리니 주민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분들이 많다"며 "지역민들에게 그런 공간이나 시간이 없었을 뿐 다들 소통의 장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개소수 늘리는 데만 급급...질적 성장은?
그러나 광주의 400여개의 작은도서관 중 그 역할을 온전히 다 하는 도서관은 많지 않다. 단순히 공간을 대여해 주거나 무인으로 운영되는 등의 ‘무늬만’ 도서관도 많아 질적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늬만’ 작은도서관이 양산된 가장 큰 이유는 일정 기준만 채우면 등록할 수 있는 등록제 운영과 예산부족의 영향이 크다.
현재 작은도서관은 ‘전용면적은 33㎡ 이상, 열람석 6석 이상, 장서 1,000권 이상’이면 모두 등록 가능하며, 등록취소 또한 개인이 원할 시에만 가능하다. 광주시 도서관과 관계자는 "기준만 갖춰서 등록된 작은도서관은 400곳이 넘지만 담당 관리자는 각 구청마다 1~2명으로 관리가 힘든 상황이다"며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공공도서관을 지을 여력이 없으니 민간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느낌"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또 작은도서관 운영의 예산 부족에 대해서는 "도서관은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며 "열심히 운영하시는 분들은 열악한 상황이지만 악용 가능성 때문에 쉽게 예산을 확충할 수 없고,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도서관이기 때문에 관련 법안상 인건비 등을 많이 지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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