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수도 서울을 감싸고 있다. 경기도 땅을 밟지 않고는 서울을 갈 수 없다. 1018년 고려 현종 때 개성 및 부근 13현을 경기(京畿)라 칭하면서 비롯됐다.'경'은 도읍을, '기'는 사방 500리 이내 땅을 의미한다. 면적 10,185.6㎢, 인구 1380만명인 슈퍼 매머드급 광역지자체다. 최근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경기도를 둘로 쪼개자는 ‘분도론’이 거세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타 광역지자체들은 ‘합치자’는 흐름인데 왜 이곳은 ‘나누자’고 목소리를 높일까. <더팩트>는 ‘경기 분도론’의 본질과 찬반 입장, 그리고 전망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경기북도' 신설...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
[더팩트 l 의정부=김성훈 기자]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 마다 등장했던 경기 분도 관련 논의가 이번 21대 국회 들어서 재점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인들은 과거 선거철만 되면 '경기북도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분도 논의에 불을 당겼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 돼버려 주민들에게 오히려 정치 불신만 안겨줬다. 이 때문에 북부지역 토지 상당수가 이중·삼중의 중첩 규제에 묶여 개발에서 소외되는 바람에 상대적 ②박탈감에 신음하는 북부지역 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분도 하자는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되고 있는데다 분도 관련 입법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도 분위기 확산과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입법활동은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의정부 을)이 주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도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 분도 관련 법안과 논의 어디까지 왔나
21대 국회가 개원되자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명칭은 같고 내용도 거의 흡사한 '경기북도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특히 김민철 의원이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정부 직할로 경기북도를 설치하고 의정부·고양·남양주·파주·구리·포천·양주·동두천·김포시와 가평·연천군 등 11개 시·군을 관할구역으로 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경기북도 신설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미래통합당 김성원 국회의원(동두천·연천)이 2016년 경기북도 신설 관련 법안을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문희상(의정부 갑) 전 의원과 같은당의 박정(파주 을) 의원이 경기북부지역을 평화통일특별도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2018년 3월과 11월 각각 제출했다.이 법안들은 상임위 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20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자동폐기돼 버렸다.
그러나 김민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이전 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경기 북부지역 의원들 뿐 아니라 타 지역 의원들도 법안발의에 대거 동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북도 설치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 수가 50여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는 경기 남부지역 의원도 14명이나 된다. 과거 북부지역 안에서만 공유하고 이슈화했던 경기북도 설치 문제가 이제는 경기남부권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김민철 국회의원은 "자치권을 강화하고 주민들에게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기북도 설치가 절실하다"며 "경기북도가 신설돼야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을 꾀하고 경기북부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발의됐던 경기 분도와 관련한 여러 법안들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으나 김민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 제1소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다. 이는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됐던 경기 분도 관련 법안 중 진행이 가장 진전된 상황이다.
◆분도 논의 33년만에 열린 입법공청회
경기북도 설치법안에 대한 국회의 본격적인 심사를 알리는 행안위의 입법공청회가 7일 마무리됐다. 경기북도 설치 주장이 처음 제기된 1987년 이후 33년만이다.
이날 입법공청회에는 장인봉 교수(신한대학교 행정학과,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 위원), 박희봉 교수(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이재호 박사(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세 명의 학자가 진술인으로 참석해 북도 설치 필요성에 대한 토론문 발표에 이어 의원들과 문답방식의 토론을 이어갔다. 류임철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정책관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행안부의 공식적 입장을 보충했다.
장 교수는 "광역자치단체 행정구역의 적정규모를 유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생활권⋅경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켜 행정의 민주성⋅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분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경기도의 2015년 지역내 총생산은 326.7조원인데 경기남부가 267.4조원, 북부가 59.3조원으로 남부가 북부의 4.5배에 달한다"며 "남부 인구도 북부 인구의 2.85배인데, 지역 총생산 역시 4.5배"라고 남부와 북부간 지역 불균형을 지적했다.
이 박사는 "지방행정구역 조정은 행정의 수요에 의해 변화되는 것이고 최근 나오는 지방행정통합 논의는 인구감소에 따른 현상"이라며 "경기북도가 설치되면 독자적 광역자치행정의 주체로써 새로운 개발계획 수립으로 지역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북도 설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답방식의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의정부 을)은 "균형발전⋅지방자치⋅지방분권의 국정기조를 실천하며, 평화통일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경기북도 설치는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분도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당 오영환 의원(의정부갑)은 "경기북부는 중첩규제로 인해 지역발전이 억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해결방안을 요청했다. 이에 이재호 선임연구위원은 "중첩규제는 특별법으로 다소 해소 됐으나 거점이 되는 광역단체가 없는게 문제"라며 "경기북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소속 경기북부지역 의원들도 경기북도 신설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은 "입법공청회까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균형발전을 위한 경기북도 법안 통과에 국회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춘식 의원(포천·가평)은 "각종규제와 일방적 희생강요로 경기남북부의 불균형이 심하다"면서 "경기북부주민들의 대표성 회복을 위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도 분도에 대한 여론 변화 추이
경기도를 둘로 나누는 것에 대한 여론이 과거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2004년 11월 25~26일 중부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만20세 이상 경기도민 600명을 대상으로 '경기분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5.5%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25.7%로 조사됐다. 분도론의 진원지인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찬성(39.5%)과 반대(39.1%)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월 경기일보가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상(54.2%)가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것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29.8%에 불과했다. 분도 반대의사를 밝힌 응답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남부지역 시·군이 높았고, 찬성의사는 북부지역 시·군이 높게 나왔다.
2007년 2월 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555명을 대상으로 여로조사를 한 결과, '경기분도론'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44.2%로 찬성한다는 의견 27.2%보다 높게 나왔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이외 지역 응답자의 반대가 46.3%로 찬성(25.7%)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경기도 응답자들은 찬성(33%)과 반대(36.5%)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조사한 결과는 달라졌다.
2020년 9월 26~28일 김민철 의원실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경기도민 1500명(남부 1061명, 북부 4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경기북도 설치에 대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46.3%로 '불필요하다'는 이견 33.2%를 앞질렀다.경기북도 설치 찬성 이유로는 '경기 남·북부간 균형발전을 위해'가 43.3%로 가장 높았다. '경기북부 행정서비스 향상을 위해' 15.8%, '남북평화통일시대 준비를 위해' 9%, '경기북부 규제완화를 위해' 8.7%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 남·북부간 지역격차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9%가 차이가 있다고 응답해 차이가 없다는 19.4%보다 훨씬 높았다. 지역발전 불균형으로 북부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치권과 북부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분도의 필요성
경기북부는 경기남부와 경제생활권과 정주생활권이 너무나 다르다. 따라서 경기도의 남부와 북부는 분할하여 관리할 때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한대학교 장인봉 교수는 "경기북도가 설치되면 경기북부는 독자적인 광역자치행정의 주체가 되고, 광역지자체로서의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도(道)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분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엄연히 나라의 중심인 서울이 따로 있고 인천도 분할시켰지만, 경기도는 1380만명의 거대 지자체로서 인구와 기능이 포화상태이다. 효율적인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해진 이유다. 김포시를 포함할 경우 경기북부 인구는 400만명에 육박해 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 보면 부산을 앞질러 3위에 해당한다. 경기도청이 수원에 있는 본청과 의정부에 있는 북부청사로 분할돼 있어 도민들에게 행정서비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지자체인 경기도 내에서 조차 균형발전이 안되고 있다. 이제는 지방자치, 지방분권, 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분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부지역 주민들은 ‘안보’와 ‘수도권’을 이유로 70년간 중첩 규제 때문에 생긴 경기 남-북부간 불균형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이익과 불편을 해소하고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도 분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반도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경기 북부지역은 평화정착을 위한 지정학적 가치는 한층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중심부에 위치한 지정학적 여건을 활용해 평화통일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는 차원에서도‘경기북도 설치’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진대학교 허훈 교수는 "역사상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할을 한 경기 북부지역을 어떻게 쓰느냐에 미래 대한민국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북도가 설치될 경우 기대되는 효과
독자적인 광역자치행정의 주체로서 지역균형개발과 환경보존의 조화를 이루는 효율적인 광역도시 개발계획 수립이 가능해 진다. 경기 북부지역 내에 광역자치행정기관과 광역자치의회를 신설함으로써 관련 공무원 및 종사자 수가 증가된다. 관련 유관기관과 산하기관의 이전 또는 증설이 이루어진다. 인구 유입에 따른 관련 산업 및 상업시설의 증가로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촉진된다. 생활권과 경제권의 일치로 인한 경제활성화 및 교육환경의 확충을 통해 생활환경을 주민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지역주민의 행복추구권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중앙대 유시용 교수와 박희봉 교수의 '경기북도 설립의 경제적 효과'라는 논문에서는 경기북부가 경기도에 계속 포함되어 있는 한 남부와의 지역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만약 북부가 분도하면 남부와의 지역격차를 많이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을 통계학적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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