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코로나 수능' 떠들썩했던 ‘응원’ 대신 교사들 ‘덕담’

2021학년도 수능날인 3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입구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배치표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조탁만 기자

자가격리 수험생 구급차 이동 등 입시풍경 확 달라져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경남=강보금 기자] 2021학년도 수능날인 3일 오전 7시쯤 부산진구 초읍동의 한 고등학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다 아직 입실하기엔 이른 탓에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일찍 고사장을 찾은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정도가 다일만큼 학교 입구는 ‘휑’한 분위기였다.

30분쯤이 지나자 두툼한 옷차림에 장갑을 낀 수험생들이 줄지어 학교 앞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날 수험생들 입실은 오전 8시10분이다.

김모(19)군은 "전날 잠을 설쳤다. 초중고 학창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부담은 있지만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러 좋은 결과를 가지고 가족들에게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수능날인 3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입구 밖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부산=조탁만 기자

이들은 고사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함께 온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뒷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수험생들보다 긴장한 모습이었다. 한 학부모는 "자식이 시험을 치르러 가는데 부모가 편히 쉴 수 없다"며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수능을 준비한 특히 ‘민감한 세대’여서 마음이 걸린다"고 조마조마했다.

입실이 완료된 오전 8시10분에도 굳게 닫힌 교문 앞에 서있던 학부모들의 시선 끝엔 수험생이 있었다. 수험생들은 먼발치에서 손을 흔들며 "시험 끝나고 집에서 보자"며 부모들은 안심시키기도 했다.

혼자 고사장을 찾은 일부 수험생들은 "부모님들과 함께 오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다"며 수험표를 손에 쥔 채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모(19)양은 "수능을 치르고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다. 첫 월급을 타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 갈 계획이다.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 뒷바라지 해 온 부모님들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고3 담임선생님은 이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제자들을 일일이 맞이하며 "파이팅 해라. 시험 잘 치러라"며 응원과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간 긴장 분위기는 통상적인 수능 분위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러지만큼 이번 수능은 여느 때와 다른 모습도 있다.

매년 떠들썩했던 수능 응원전은 볼 수 없었다. 시험장에 들어가 보니 앞뒤 거리두기가 어려워 책상 앞면에는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또 수험생들은 시험을 보는 내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점심시간에 자신의 자리에서 식사해야 하고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모여선 안 된다고 한다.

매 교시 종료 후 모든 시험실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환기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보온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2021학년도 수능날인 3일 오전 자가격리 수험생들 별도로 마련된 동성고에서 부산소방이 구급차량을 이용해 학생들을 이송했다. /부산=김신은 기자

특히 이번 수능은 코로나19 상황 탓에 수험생들이 일반 수험생, 자가격리자, 확진자로 나눠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게 예년과 다른 풍경 중 하나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으로 여느 해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수험생들 중 자가격리 수험생과 확진자 수험생은 어떻게 시험을 볼까.

자가격리 수험생들은 별도로 마련된 동성고와 개성고에서 시험을 치른다. 특히 자가격리 수험생 49명 중 일부 수험생들이 구급차를 타고 고사장에 도착한 모습도 눈길을 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자가격리 수험생들을 위해 긴급이송체계를 가동했다

이날 부산진구에 있는 동성고에는 오전 7시쯤부터 자가격리 수험생들을 태운 구급차가 하나 둘씩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는 경찰과 관계자들이 외부인 통제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수험생 자녀를 태운 학부모들의 차도 입실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수험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꼭 여민 채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시험장으로 향했다. 교문 밖에서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자녀에게 한참 눈을 떼지 못하는 부부도 있었다.

또 별도시험장 2곳에는 교대를 위한 예비감독관을 포함해 시험실당 감독관이 4명씩 모두 88명이 배치된다.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수능 전날인 2일 교육청으로부터 12명의 자가격리 수험생들의 이송을 요청받은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구급차 12대를 투입 직접 자택으로 가 학생들을 태우고 수험생들을 이송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코로나19 확진자 수험생 1명은 부산의료원에서 시험을 본다. 시험을 치르면서 발열이 보이는 유증상 수험생은 일반시험장 내 별도 마련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2021학년도 수능날인 3일 오전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입실시간이 다가오자 발걸음이 바빠진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몰리고 있다. /김해=강보금 기자

경남지역 수능 풍경은 비슷했다. 같은날 오전 7시10분 경남도교육청 제93(김해)지구 제01시험장인 김해고등학교 정문 앞은 예년과 달리 고요한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수능 한파를 뚫고 긴장한 수험생들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만이 을씨년스러운 적막감을 깨고 속속 정문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7시40분쯤이 되자 발걸음이 바빠진 수험생들이 우루루 시험장을 찾았다. 그 중에는 부모의 손을 꼭 잡고 입장하는 학생도 보였다.

"걱정하지 마!" 수험생보다 더 긴장한 부모를 안심시키며 한 학생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자녀의 뒷모습이 작은 점만큼 작아질 때까지 눈길을 떨치지 않던 한 학부모는 "넌 할 수 있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자퇴를 하고 학원에서 수능 준비를 마친 김민재군은 "오래 준비해 왔기 때문에 평소만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방역을 철저히 해 왔기 때문에 오늘 시험에서 감염에 대한 걱정은 없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호고등학교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들이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준비해 왔다. 건강하게만 시험을 치루고 돌아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수험장 안팎에서 경찰의 노고도 엿보였다. 수험생들의 원활한 진입을 위해 차량을 통제하며 운전자들에게 안내를 했다.

경남은 총 7개 시험지구, 106개 일반 시험장과 10개 별도시험장, 1개 병원시험장이 마련됐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은 0명, 자가격리 수험생은 4명이다.

올해 경남 수능 응시생은 2만9078명으로 지난해 대비 3476명이 감소했다. 시험장 안전관리를 위한 감독관은 지난해보다 1073명이 늘었고, 시험장마다 보건교사를 포함한 방역담당관 5명을 배치했다.

한편, 2021학년도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진행된다. 수능과 관련한 문제와 정답 이의신청은 3일부터 7일까지 하면 된다. 정답은 14일 확정되고, 성적은 23일 통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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