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극장, 내년 7월 정식 극장 개봉…구자환 감독 연출 '충남 태안 양민학살' 다큐멘터리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한국전쟁 전후 억울한 양민학살의 아픔을 통렬하게 조명한 다큐 영화 ‘태안’이 지난해 7월 크랭크인 이후 1년 4개월 여 만에 마침내 전국 순회 상영에 나선다.
분단 조국의 전 강토가 학살 희생자들의 선혈과 유족들의 통한의 슬픔이 저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구자환 감독이 특별히 충남 태안반도에 앵글을 맞춘 것은 태안의 상흔이 한국전쟁 양민학살의 비극성을 전형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군경이 빠져나가며 자행된 국민보도연맹원 무차별 학살, 인민군 진주 이후 보도연맹 학살 피해자 유족들에 의한 보복 학살, 그리고 서울 수복 후 대대적으로 이뤄진 부역자 처단 등 연쇄 학살의 잔혹성이 충격적으로 전개된 곳이 바로 태안이었다.
또한 태안의 아픔은 학살의 광풍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누나, 일가친족 등이 좌익과 우익으로 갈라서서 서로 살생을 주고 받는 참혹한 죽음의 현장을 목격한 유족들은 원한을 가슴에 묻어둔 채 70여년의 세월을 함께 견뎌내야 했다. 구자환 감독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아무도 관심조차 두지 않는 외면 속에서 과거의 아픔에 머물러 있는 유족들의 해원을 위해 ‘태안’을 만들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태안은 지난 21일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오는 27일에는 광주(광주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며, 지난 23일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서구)에서 언론인을 위한 시사회를 가졌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인터뷰어로 출연, 태안의 유족을 만나고 학살 현장을 찾아가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태안 바닷가의 서정적인 정취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희생자 유족들은 그 고즈넉한 풍경들 곳곳이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잔혹한 살상의 현장이었음을 진술하며, 돌이켜지는 아픈 기억 때문에 끝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가 끝난 한참 후까지 관객들은 먹먹한 슬픔으로 자리를 일어나지 못했고 상영관은 한숨으로 가득했다.
시사회 후에 마련된 관객과의 대담에서 구 감독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았지만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그 아픔과 비극은 여전히 한국인들의 가슴 밖에 있다"고 말하며 "진실이 규명되지 않으면 화해와 해원도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오씨는 "나는 유민이가 시신으로 돌아오는 데 6일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들 유족들은 70여년을 참혹한 기억 속에서 맴돌고 있다. 유족들의 사연을 듣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아픔을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구 감독은 대담 말미에 "어둡고 불편한 영화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라며 "민간인 학살 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자리에 많은 분이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영화를 응원하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라고 말했다.
구자환 감독은 2015년 경남 지역의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드 툼’ 개봉을 시작으로 민간인학살 다큐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에는 우리나라 민간인학살의 역사와 배경을 다룬 ‘해원’을 제작 개봉했다.
2013년 제 39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레드 툼’으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으로 2016년 제3회 들꽃영화상에서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민간인학살 다큐멘터리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 ‘태안’의 정식 극장개봉은 2021년 7월경에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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