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로 유령서점 양산

‘광주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가 애매모호해 유령서점이 활성화되고 실제 서점을 운영 중인 지역상인들이 기관 입찰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유령서점 양산에 따른 대책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 사진은 광주시 지역서점./광주=나소희 기자

지역서점 입찰 방해 등 피해 발생...관리청은 조례만 탓해

[더팩트 ㅣ 광주=나소희 기자] ‘광주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가 애매모호해 페이퍼컴퍼니(유령서점)가 활성화되고 실제 서점을 운영 중인 지역상인들이 기관 입찰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유령서점 양산에 따른 대책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

광주시 서점조합은 25일 "지난 9월 양산도서관 개관도서입찰에서 유령서점으로 추정되는 S업체와 B업체가 약 1억 8천여만원의 금액으로 입찰됐다"며 "이달 3일에도 문구 납품 전문업체로 등록된 R업체가 입찰 1순위로 지목돼 정식으로 항의방문을 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북구청의 입찰에 유령서점으로 추정되는 업체가 선정된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시 입찰은 서점매장확인서와 사업자등록증 사번, 판매장 내·외부 사진을 포함한 서점매장 확인서를 제출하면 추첨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방식이다.

이후 매장이 실제 운영 중인 지역서점인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입찰을 공고한 기관 담당자들의 몫이다. 현재 북구청은 판매장 방문과 서점 영업활동을 입증할 수 있는 세금계산서, 카드매출전표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구청 관계자는 "양산도서관 입찰 업체인 S업체와 B업체는 도서 관련 세금계산서 등을 제출받아 검토 후 유령서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다문화 도서입찰 1순위인 R업체는 매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지역 서점이 아니라고 판단, 부적합을 통보하고 회신을 기다리는 입장이다"고 유령서점을 입찰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에서는 서점에 대한 조건이 추상적인 것이 문제다"며 "유령서점에 대한 판단을 입찰 관계자들이 전적으로 담당하는데, 현장에서는 지역서점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제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광주광역시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 제2조에서는 지역서점이란 광주광역시에 주소와 방문 매장 사업장을 두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서점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책의 보유나 전시 등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사업자등록증과 사무실, 그리고 책 20~30여권만 갖춰도 서점으로 판단하는게 문제다.

서점조합 관계자는 "서점·서적·문고 등의 상호로 각양각색의 주제로 엮인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에세이 등의 도서를 실제 보유, 판매하는 공간이 서점이다"며 "현 상황은 미용실에 업종만 서점으로 추가해 잡지 등 도서 30여권만 비치하면 서점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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