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디지털 성폭력 '불안'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도내 530명 대상 조사... 피해여성 "가해자 중 '모르는 사람' 22.6%"

[더팩트ㅣ제주=김용덕 기자] 제주지역에서도 사이버 상에서 음란물이나 성희롱 메시지 등의 디지털 폭력 사례가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자 민무숙)이 공개한 ‘2020년 젠더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감이 더 높았으나, 대응은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민 530명(여성 317명, 남성 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피해 경험과 관련해 사이버 상에서 성적 메시지 혹은 음란물을 받거나 성희롱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12.6%로 조사됐다.

음란 메시지 발신자는 온라인을 통해 아는 사람이 보낸 경우가 22.6%, 누구인지 특정되는 않은 사람이 보낸 '알 수 없음'이 22.6%로 나타났다.

사이버상의 성폭력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성폭력을 가한 대상은 피해 여성(모르는 사람 30.3%. 주변지인 13.3%)이 피해 남성(온라인을 통해 아는 사람 30.3%, 게임 혹은 동호회 멤버 27.3%)보다 모르는 이들에게 당하는 비율이 높았다.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불안으로 행위가 위축되는 경우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성들은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SNS 계정의 공개설정 범위 재설정(36.3%), 몰래카메라 설치가 두려워 공중화장실이나 공공장소 이용을 주저하거나, 온라인상에 일상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27.1%)고 답변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 시 대응방법으로는 여성의 경우 해당 사이트 완전 탈퇴(14.3%)와 아이디 새롭게 작성해 재사용(12.5%) 순으로 답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 시 원하는 도움에 관해서는 1순위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법적 제재(여성 40.4%, 남성 26.8%), 피해자 보호 및 지원(남성 27.7%, 여성 20.2%), 피해 영상물 삭제지원(여성 18.6%, 남성 15.0%) 순으로 높게 조사됐다.

여성들의 경우 가해자 처벌과 함께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을 더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의 사이버 상 욕설사용가 가해행위인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는, 남성과 여성에 있어 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확인됐다.

데이트 폭력 경험 조사 결과 여성은 '옷차림 간섭이나 제한'(9.1%), '휴대폰이나 이메일.SNS 점검'(7.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 경험 시 상대와의 관계 대응에서 여성은 주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경고'(32.5%)가 가장 많았다. 이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15.7%) 순으로 답했다.

반면 남성은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감'(36.6%)이나 '가만히 있는다'(17.1%)로 답했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데이트 폭력을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여성의 경우 친밀한 관계 안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의 처벌강화와 피해자 보호시설 확충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 디지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조례 제·개정을 통한 디지털 성폭력 대응체계 구축 △디지털 성폭력 모니터링단 운영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기반 구축 등이 정책 대안으로 제시됐다.

데이트 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는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젠더폭력 가해자 교정 지원 확대를 위한 지역 내 정책개발 시행 등이 제안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시행한 이번 조사는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자기기입식 대면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표본은 성별, 연령, 지역 고려해 추출됐고, 표본오차는 95%에 신뢰수준은 ±3.25% 포인트다.

hyej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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