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 ‘자동 결선티켓’ 경선안 포함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내년 4월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사실상 시민이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한 '국민의힘 공천룰'을 두고 부산지역 야권 후보군들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12일 9차 회의를 갖고, '공정의힘! 시민경선'(안)을 확정, 공개했다.
예비경선에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100% 반영하고, 본경선도 당원 20%에 국민참여 80%를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우선 인지도가 높은 후보자들이 유리한 형국이다. 부산에선 여러 후보들 중 서병수(부산진구갑) 의원을 비롯해 이언주 전 의원과 박형준 교수 등이 눈에 띈다. 이들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 의원은 5선 의원인데다 부산시장을 한 경험 덕분에 추행 사건으로 시장직을 물러난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공백을 무난하게 메울 수 있는 적합한 인사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중앙 정치를 기반으로 한 ‘인지도’와 함께 지난 부산지역 총선 때 부산 남구을에서 재선 의원인 민주당 박재호 의원과 박빙의 대결을 펼친 점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 또 지역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경준위에서 여성가점제를 검토하는 것 또한 유리한 상황 중 하나이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교수는 지역 기반을 다지는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실제 부산지역서 인구가 가장 많은 해운대구와 부산진구를 시작으로 16개 구군 등 전지역의 전‧현직 정치권인사들과 긴밀한 소통을 하면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이와 함께 ‘정치 신인’들도 부산시장 후보자로서 ‘보폭’이 넓어지면서 앞으로 '경선 관전 포인트'로 눈길을 끌 전망이다. 사실상 정치 신인 후보에게 ‘자동 결선티켓’을 주는 경선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예비경선은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본경선 진출자 4인을 결정하되, '정치신인트랙'을 운영한다.
정치신인트랙은 정치신인 후보자가 2인 이상일 때, 여론조사 상위 4인에 신인이 없을 경우 '신인 중 최다득표 1인'을 본경선에 진출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 영입론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 기업인인 전성하 LF에너지㈜ 대표가 물망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 또는 정치 신인들 경우 예비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반면 이번 국민의힘 경선룰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야권 후보군들도 있다.
박민식·유기준·유재중·이진복 전 의원들은 대표적인데, 이들은 과거 다선 의원으로서 지역구를 다져왔음에도 인지도가 다소 낮은 편이라 경선에서 불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실제 이들은 출마를 선언하더라도 예비경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경선룰 탓에 본 선거에 참가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준위는 서류심사 단계에서 '시민검증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후보자들 대상으로 당헌·당규 상 결격사유 외에 200여 개 항목 '자기검증서'를 제출받아 ‘권력형 성범죄 등 성비위’와 같은 공직적격성 전반에 대한 내용을 검증한다.
경준위는 "시민검증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근거 없는 타 후보 비방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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