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버린 꽁초로 화재 단정 못해"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지난해 발생한 '군포 물류센터 화재'를 낸 혐의로 기소된 튀니지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경찰과 검찰은 '부실 수사'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수사기관은 다른 용의자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허문희 판사는 중실화 혐의로 기소된 튀니지 국적 A(2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21일 오전 10시 13분께 군포시 부곡동 군포 복합물류터미널 E동 인근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려 화재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화재로 인해 건물 안에 있던 직원 등 3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고 연면적 3만8936㎡ 건물 내외부가 모두 타 629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후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튀니지 국적의 A씨를 용의자로 특정했고 검찰도 이에 따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허 판사는 '증거 재판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이 사건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우리 형사소송법 307조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허 판사는 "이 사건 화재는 담배불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발화시점으로부터 3시간 전 피고인 외에도 네 사람(갈색머리 외국남성, 청색자켓 외국남성, 초록 두건을 쓴 남성)이 이 사건 발화지점 부근에서 수차례 담배를 피거나 담배꽁초를 버린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뱃불과 같은 무염화원은 가연물과 접촉 즉시 발화하지 않고 수분에서 길게는 10시간 뒤에도 발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 A씨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화재가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담배꽁초에 불씨가 남은 상태로 발화지점에 버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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