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데이트폭력' 제도의 한계인가, 경찰의 늦장대응인가

경남 양산에서 같이 시간을 더 보내자는 제안을 거부한 여자친구를 폭행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힌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더팩트 DB

경찰 "매뉴얼 따라 순차적 처리" 해명…경남여성단체 "공권력이 피해자 보호 제대로 못해"

[더팩트ㅣ양산=강보금 기자] 지난달 경남 양산에서 여자친구에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힌 데이트폭력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늦장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상해,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30대 남성 A(31)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약 한 달 만에 구속한 것이다.

A씨는 지난달 9일 오전 3시쯤 양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과 자신의 승용차에서 여자친구 B(30)씨를 30여분 동안 손과 발 등을 사용해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B씨는 A씨의 폭행으로 안와골절 등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검거 이후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B씨에게 문자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취하고, B씨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을 방문한 정황이 나타났다.

이에 SBS 보도에 따르면 B씨는 경찰에 여러차례 불안감을 호소했으나 경찰이 "목발을 짚고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찾아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나온 녹취 부분은 피해자와의 통화 내용에서 아주 일부분이다. 불안해 하는 피해자를 달래기 위해 한 말일 뿐 매뉴얼대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접수된 후 출동해 긴급체포를 할 요건이 충족하지 않아 불구속 상태로 조사에 착수했지만 피해자 신변보호 신청,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마트 워치 지금, 맞춤형 순찰, 피해자 치료비 지원 요청 등 순차적으로 일을 진행해 왔다"고 반박했다.

한편 양산여성회를 포함한 경남여성단체가 11일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경남여성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폭행의 정도가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경찰 쪽에서는 실질적인 매뉴얼대로 사건을 처리했지만 경남의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상황이라 2차, 3차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경찰의 공권력이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점, 제도적인 한계와 문제점 등이 있음에도 관심도가 낮아 정책제안을 촉구하기 위해 11일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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