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밝혀진 교육청 무책임에 ‘공분’…유은혜 장관 “교육부가 직접 조사하겠다”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교육감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 2018년 5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이런 얘길 했다. "안전한 나라에서 건강하게 아이들이 자라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민과 함께 행동하겠다."
이뿐만 아니다. 이런 말도 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피눈물 나는 시간을 견디고 계시는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함께 기억하고 행동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
기자는 그의 이 공약도 뚜렷하게 기억한다. 당시 ‘평화로운 학교’를 주제로 5개의 정책공약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생명과 관련된 안전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20년 10월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장 교육감의 지난 다짐들은 모두 헛소리가 됐다.
전남 영광 성지송학중학교에 다니던 김태한 학생이 지난 6월 또래 동급생들에게 기숙사에서 8일 동안 성추행을 당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급성췌장염으로 숨진 사건이 교육위원회 국감의 뜨거운 이슈로 다뤄졌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김태한의 부모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고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무려 25만 2000명이 동의하는 등 국민적 공분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철민 의원은 한 학생의 억울한 죽음을 불러온 전남 교육청과 영광 교육청, 그리고 학교 측의 무책임하고도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통렬하게 질타했다. 더구나 이들 교육 당국은 태한이가 저세상에 간 이후에도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심한 후속조치로 태한이 부모들은 피울음을 삼켜야 했다.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온 태한이 아버지 김근용 씨는 이렇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7월 3일 아들이 죽은 후 16일 동안 교육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피해학생 학부모가 발이 닳도록 국가기관을 찾아다니며 억울함을 해소해야하는 이런 나라가 나랍니까?"
김 씨는 또한 교육청이, 그리고 학교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태한이는 죽지 않았을거라며 이렇게 비통해 했다. "6월 19일 성폭력 피해 첫 신고 후 6월 20일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 때 분리조치만 했다면 태한이는 죽지 않았다."
학교폭력 예방법은 피해발생 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하는 긴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법 규정은 태한이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음이 김태한 사건 첫 보도(본지 7월 21일 보도)를 한 <더팩트> 취재진에 의해서 확인됐다.
당시 취재진이 미흡한 조치를 되묻자 전남 교육청 관계자는 "Wee 센터에 가해학생을 격리해 생활교육을 시키는 과정을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Wee 센터 확인 결과 ‘아는 바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다. 미흡한 조치를 성찰하기는커녕, 교육청이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국민 25만명 이상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공감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했지만 전남 교육청의 후속조치는 달라진 게 없었다. 관련 학교장 중징계, 교감 중징계 조치를 통보했지만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생략되고 가해‧피해 학생의 몸싸움만 징계 요구서에 명시했다. 이를 두고 김철민 의원이 국감장에서 ‘가해자 중심’의 후속조치라고 지적을 했을 정도다.
영광 성지송학중 사건은 이제 교육부가 다시 직접 나서야 하는 사태로 재점화 됐다. 김철민 의원의 질의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등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에 앞서 장석웅 전남도 교육감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학생의 인권을 최상의 교육가치로 여기겠다는 진보교육감의 깃발은 이번 사건으로 도민들의 가슴 속에서 찢겨져 내려진지 오래다.
그러나 깃발의 추락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장석웅 교육감은 따뜻한 피를 지닌 한 인간으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태한이의 죽음을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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