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판사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 비판
[더팩트ㅣ윤용민 기자·전주=이경민 기자] 동료 교수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대학교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당시 상황을 모순되게 표현하는 듯한 피해자 진술을 진실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북지역 모 사립대 박모 교수는 2014년 2월과 2015년 12월 모처에서 각각 한차례씩 동료 교수와 제자를 추행한 혐의(강제추행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전주지법 오명희 판사는 고소인들이 무고의 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진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 박 교수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박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지만 오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자신을 악의적인 의도로 음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이후 제자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박 교수는 줄곧 결백을 주장하며 지난해 3월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항소심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1부(강동원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박 교수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소인들의 진술이 불명확하고 모순되는 점을 근거로 박 교수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형사 사건에서 범죄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진술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은 사건 발생 시간과 장소, 상황 등에서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고소인자 중 한 명은 법정에서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장소 등을 다르게 진술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고소인 역시 사건 당일 동선과 객관적 증거가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내리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등 전북지역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의 문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아닌 판사의 성 인지 감수성"이라며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 환송해 다시 심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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