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갑석 의원 “수사 전문성 높이고 특허‧영업비밀 특별사법경찰 역할 강화해야”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기술탈취가 사법조치를 통해 명백한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말려죽이기식' 소송을 이어가는 등 악의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어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송갑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갑)은 12일 국감 보도자료를 통해 다수의 기술탈취 사례를 제시하며 "관련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특허청의 특허‧영업비밀 특별사법경찰의 역할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주)아이밀, (주)릴테크, (주)삼영기계 등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거듭된 소송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아이밀은 특허청에서 상표출원을 지원받아 2011년 설립한 중소 식품기업으로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과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있고, 5년 전부터 중국과 대만에 수출을 시작하는 등 건실하게 성장해 온 중소기업이다.
2018년 대기업 ‘일동 후디스’가 (주)아이밀의 상표 ‘아이밀’을 무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기밀’로 유명한 일동 후디스는 2018년 식약처에서 ‘아기’ 등 유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품명에 쓰지 못하도록 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동 후디스 아이밀’이라는 상표를 만들어 쓰면서 (주)아이밀과 일동후디스 간의 상표권 소송이 불붙었다.
(주)아이밀은 일동 후디스를 상대로 낸 3건의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고, 일동 후디스가 (주)아이밀에 제기한 소송 4건에서도 모두 승소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동 후디스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포털에서 ‘아이밀’을 검색하면 일동 후디스의 제품이 대부분 노출되는 상황이며 일동 후디스는 지난 8월 ‘아이밀 냠냠’이라는 브랜드로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해 (주)아이밀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천장형 에어컨 부품인 ‘승강그릴’ 개발회사인 (주)릴테크는 LG전자와의 기술소유권 분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주)릴테크는 LG전자의 요청으로 개발비를 자체 부담해 승강그릴을 개발하고 2008년 3월 제품을 발주했다. 그러나 LG전자가 돌연 기존 거래중이었던 협력사를 통해 카피 제품을 납품받기로 하면서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 (주)릴테크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주)릴테크는 "LG전자의 일방적 거래중단으로 개발비 11억원을 포함해 약 30억원의 손해를 입었으며 지난 10년간 LG전자와의 분쟁에 대응하느라 신규제품 개발은커녕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2년 전북 완주에서 정육점으로 시작해 2009년 이후 연매출액 600억원을 기록하며 탄탄하게 성장한 돼지고기 육가공업체인 (주)신화는 "롯데마트의 갑질로 매년 연 30억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송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것은 물론 (주)신화의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들을 운반하는 물류비까지 전가했으며 물류비용도 일반적인 비용보다 10배나 비쌌다. 롯데마트는 매장 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정카드 할인에 대한 부담금에 더불어 롯데마트의 브랜드 컨설팅 비용까지 떠넘겼다.
(주)신화는 "롯데마트와 거래 직전 해인 2011년 (주)신화의 총 매출액은 610억원, 순이익은 17억원이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적자를 보기 시작해 2013년부터 3년 연속 매년 3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됐다"고 주장했다.
2015년 8월 공정거래조정원은 롯데마트가 (주)신화에 48억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을 내렸으나, 롯데마트 측은 이를 거부하고 해당 건은 공정위로 자동 제소된 상태다.
2016년 (주)신화는 결국 손해를 견디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하고, 법원의 회계감사로 2012년부터 4년간 손실액 109억원을 입증했으며 2019년 11월이 되어서야 공정위는 롯데마트에 411억 8,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5년간 롯데마트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입증해야 했던 (주)신화는 그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다시 민사 소송에서 승소해야할 상황이다.
1975년 설립 이후 1984년 디젤기관 엔진부품 국산화를 성공한 이래 디젤엔진 핵심부품 설계와 제조를 하는 국내 유일한 중소기업 (주)삼영기계는 1998년부터 2016년까지 ‘힘센엔진’의 핵심부품인 피스톤을 현대중공업에 독점 공급했다. 또한 삼영기계의 피스톤, 실린더, 헤드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지정됐으며, 2017년 디젤엔진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선정됐다.
송 의원 국감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주)삼영기계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아 다른 업체로 넘겼다. 또 납품단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2016년부터는 발주가 급감하기 시작해 2018년부터는 모든 발주가 중단됐으며 그 사이 현대중공업이 기술을 넘겨준 제3의 회사가 (주)삼영기계의 납품을 대신했다.
그 후 (주)삼영기계는 형사‧민사 소송, 공정위 및 중기부 신고 등을 통해 기술탈취에 대응했고, 3년 만에 공정위로부터 현대중공업이 기술을 유용했다는 결과를 얻어냈으며 부당한 하도급 대금 인하와 납품 대금 미지급에 대한 과징금과 시정명령 결과도 받아냈으나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삼영기계는 " 200억에 달하는 관련 매출이 사라졌고, 회사의 핵심 인력들은 각종 소송에 대응하느라 지쳐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세계 유일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회사 내부에 기술개발에 대한 회의감이 깊게 뿌리내렸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앞에 소개된 4건의 사례들을 기술탈취 및 하도급 갑질, 지식재산 침해의 대표적 유형들로 규정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은 "대기업의 이같은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의 기술과 지식재산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보다 뺏거나 침해하는 편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송 의원은 "권리자가 침해사실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이러한 폐해가 빈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는 특허침해금지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현저히 낮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특허권자의 1심 승소율은 평균 20%에 불과하다. 같은 소송에서 미국은 특허권자의 평균 승소율이 37%(2008~2017)이며, 소송 초기에 합의에 의한 종결이 많은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의 특성상 권리자의 실질적 승소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기술 또는 아이디어 탈취에 대한 강제성이 미약한 행정조치의 실효성 부족도 지적했다.
이러한 기술탈취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기소율과 처벌율 또한 현저히 낮은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2019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2018년 특허법 위반 사건의 기소율은 2.34%, 영업비밀 침해사건의 기소율은 8.6%에 불과하다. 전체 형사사건 기소율 31.4%에 비춰본다면 턱없이 낮은 수준디다.
송 의원은 "기술탈취에 대한 처벌이 약하게 이뤄지는 것은 침해를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특허청의 특허‧영업비밀 특별사법경찰의 역할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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