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무리한 유도 분만으로 아기 잃은 어느 산모의 ‘호소’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아기를 잃었다는 산모의 남편이 숨진 아기를 생각하며 쓴 편지. /사진은 편지글 중 일부 캡처


국민청원 20만 동의 ‘육박’…경찰, 해당 병원 의료 과실 여부 조사 중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우리 아기 기다리며 엄마, 아빠가 하나하나 준비했던 아기용품들이 방에 한가득인데 우리 아기만 없구나…"

세상의 빛을 본 지 얼마 지니자 않아 갑자기 숨진 아기를 잊지 못하는 한 아빠가 허공에 보내는 편지글을 산모 김모(36)씨가 보내왔다.

지난 6월 22일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김씨의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4시간 만에 숨졌다. 출산 후 아기는 갑자기 건강이 좋지 않아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도중 숨진 것.

한 날이지만 각각 다른 병원에서 있었던 엄마와 아기가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게 된 사연을 들었다.

7일 <더팩트>와 만난 김씨는 아기를 잃은 기억을 더듬는 순간마다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사망 후 아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다. 아기는 멍이 들어 있었다. 친정 엄마와 자신을 닮은 아기를 본 뒤 거울조차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이제 꿈속에서 가끔 아기를 만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출산 직후라 몸을 추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다들 말렸지만 아기가 옮겨진 병원으로 곧바로 달려갔다. 마지막 가는 길을 봐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며 "얼굴 등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을 뿐 아니라 피도 여기저기 많이 묻어 있었다. 목엔 빨간색 줄이 선명히 있었다"고 말하며 끝내 참던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아기를 잃은 그날의 아픈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는 "지난 6월 22일 수화기 너머로 청천벽력 같은 의료진들의 말이 들렸다. 의료진들이 바삐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이 순간 남편과 통화마저 끊겨버렸다. 아기는 20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끝내 숨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렇듯 엄마는 처음 세상 밖에 나왔지만 눈을 감고 있는 아기를 바라만 보고 있을뿐 아기는 엄마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씨는 병원을 원망했다. 그는 "4년 전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다리가 저릴 정도라 제왕절개 요청을 했다"며 "그런데 분만 예정일이 아닌데도 의사는 유도분만을 자꾸 권했다"고 말했다. 결혼 3년 만에 시험관시술을 통해 어렵게 가진 아기였기에 더 신중했던 것이다,

그는 이어 "당초 병원에서 분만을 앞두고 6월 20일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 아기 몸무게는 3.3㎏으로 나왔다"며 "그런데 22일 태어날 당시 아기의 몸무게는 4.5㎏이었다. 아기 몸무게가 3kg 후반일 경우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 억지로 자연분만을 한 것이다. 당시 정확한 검사만 이뤄졌어도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이가 태어날 당시 시간도 알려주지 않았다. 유도분만 과정에서 아이가 나오는 느낌을 받자마자, 고개를 돌려 시계를 봤다. 지난 6월 22일 오후 1시3분이었다. 아이는 태어날 때 울지도 않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병원에 대한 원망은 이어졌다. 그는 "나중에 병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병원측 입장문’도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었다. 병원에서 주장하는 견갑난상이라는 말도 입장문을 보고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병원 측은 과실이 일절 없다고 한다. 병원 측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내고 "산모의 제왕절개 요구가 전혀 없었다. 아기 출산과 대학병원 이송도 절차대로 했다"며 "견갑난산이라는 1% 미만의 난산 과정에서 신속한 분만을 했고, 신생아 응급처치 후 대학병원에 즉시 이송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신생아가 사망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무리한 유도 분만으로 열 달 동안 건강했던 아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산모 김씨의 사연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리한 유도 분만으로 열 달 동안 건강했던 아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20여일이 지난 6일 오후 8시50분 기준 이 청원은 18만3556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글이 30일 이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는 해당 청원글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김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외부 의료 전문가에게 부검감정서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해당 병원의 의료 과실 등을 따져 보고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hcmedia@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