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버스 난폭운전으로 생명 위협 느꼈다” 시민 고발 잇따라

부산시가 지난 2007년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을 취지로 도입한 버스준공영제가 올해로 시행 13년째를 맞았지만 일부 시내버스 기사들이 난폭운전과 불친절 행위 등을 일삼으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부산=김신은 기자

부산 버스준공영제 도입 13년 됐지만 '서비스 질'은 되레 하락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부산지역 일부 시내버스 기사들이 난폭운전과 정류장 질서문란, 불친절 행위 등을 일삼으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가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지만 ‘대중교통 서비스 향상’이라는 시행 취지가 무색할 만큼 시민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은 되레 후퇴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7일 부산시에 따르면 교통불편민원센터에 고발된 시내버스, 마을버스, 택시 등의 여객자동차운송업 관련 민원 건수는 최근 3년 동안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에는 9146건, 2018년 9608건, 2019년 1만836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올해는 지난달 중순까지 7088건의 민원이 접수돼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내버스 민원 중에는 승차를 거부하는 ‘버스정류장 통과’와 정류장을 벗어나 정차하는 ‘정류장 질서문란’ 사례가 가장 많이 접수되고 있다. 이어 신호위반, 급출발·급제동, 급차선변경, 욕설 등이다.

또 인적 피해를 동반한 시내버스 사고만도 2017년 282건(사망자 3명·부상자 379명), 2018년 256건(사망자 2명·부상자 358명), 2019년 328건(사망자 3명·부상자 423명) 등으로 줄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부산시 민원게시판에 올라온 ‘버스기사의 난폭운전으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느꼈습니다’ 글에는 작성자의 위험천만한 순간이 담겨있다. 이창원(가명·41)씨는 부산 시내버스 10번을 타고 귀가하던 중 하차를 위해 벨을 누르자 버스기사가 급제동을 했다. 그 순간 이씨의 몸은 심하게 흔들렸고, 난폭운전에 위협도 느꼈다. 문이 열리자 버스에서 내리던 이씨는 두 발을 다 떼기도 전에 버스가 다시 출발해 간신히 뛰어내렸지만 결국 발목이 꺾였다. 그는 "해당 기사에 대해 경찰 고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부산시 민원게시판인 부산민원120에 올라온 교통불편신고 민원 사례 사진. / 게시판 작성자 제공

지난달 16일 오후 4시45분경 박지훈(가명·50)씨는 부산지법 서부지원 정류장에서 자신이 탄 58-2번 버스에서 20여분 동안 목격한 아찔한 장면을 부산시 민원 게시판에 묘사했다. 박씨에 따르면 해당 버스기사는 버스가 정차해야 할 정류소가 아닌 도로 중간에 4번가량 정차했다.

또 승객이 모두 하차하기도 전에 문을 닫고 출발을 해 내리지 못한 손님들이 항의하자 욕설과 비슷한 말을 세 차례나 내뱉었다. 그리고는 20여분 동안 급출발·급제동, 과속을 반복해 승객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는 것. 박씨는 "성인 남성인 나조차 무서울 정도였는데 당시 승차해 있던 10여명의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은 어땠을까 싶다. 제발 저런 기사는 채용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 것은 버스준공영제로 시가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며 "업체가 자발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운영에 큰 타격이 없다보니 서비스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민원에 대한 행정조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시는 지난 2007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해 매년 약 1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버스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버스준공영제는 민간 버스업체의 적자분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제도로, 지자체는 노선과 버스운영 등에 대한 강화된 관리권한을 가진다. 그만큼 교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게 본연의 목적이다. 그동안 적자에 허덕이던 민간 버스업체들은 부산시의 재정지원으로 한결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됐으며, 버스 운전기사의 처우도 덩달아 개선됐다.

이 같은 운행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는 개선되지 않고 있어 버스준공영제가 되레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매년 한 차례씩 안전·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시민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질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

부산교통문화연수원 관계자는 "신규 운수종사자들에 대한 교육과 매년 정기적인 교통안전·서비스 보수교육, 법령위반 운전자에 대한 의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당시에는 종사자들의 참여도와 이해도가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이러한 효과가 현장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매년 용역을 통해 시민만족도와 고객모니터링 등의 서비스 평가를 시행해 부산지역 33개 버스업체 순위를 선정하고, 성과이윤을 업체별로 차등 지급하고 있다"면서 "버스준공영제 혁신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불편 민원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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