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고국 못가 걱정만 한가득…음식나눔 축제도 취소돼 더 '쓸쓸'
[더팩트ㅣ김해=강보금 기자] "올해 추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근심과 걱정만 한가득입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되지만 가볼 수도 없고 집에서 홀로 긴긴 추석을 쓸쓸하게 보내야 해요."
방글라데시에서 온 샤골(이슬람 카지 시풀·46)씨는 올해 추석이 유난히 길게만 느껴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글라데시 공동체가 모여 추석 명절 맞이 음식나눔 축제를 열어 이주민과 현지인이 함께 모여 따뜻한 추석을 보냈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샤골씨는 경남 김해시에서 건축사무소의 설계담당자로 일하면서 민간단체인 (사)이주민의 집에서 이주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는 1996년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가 직장까지 한국에서 얻어 20년이 넘게 한국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이주민에게 추석의 의미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온 한국에서 명절이 되면 강제적으로 쉬어야 하니, 빨리 돈을 벌어서 고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거나 또 타향살이를 어서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명절이 반갑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오랜 한국생활로 한국의 문화와 정서, 명절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이주민에게도 추석은 쉼없이 일 해 온 일상에서 선물처럼 찾아오는 반가운 휴식의 시간이 됐다. 예전에 비해 이주민들이 한국여행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졌다"면서 "우리도 나름대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 공동체는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추석 기간에 맞춰 음식나눔 축제를 진행해 왔다. 김해시 동상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무대를 중심으로 현지인과 이주민이 한데 모여 축제를 즐겼다. 축제에서는 방글라데시 전통음식인 사모사(야채나 고기를 넣고 삼각형으로 만든 튀김)를 비롯해 비리야니(볶음밥), 생선 똘까리(카레), 풀라오(향신료를 넣은 쌀밥) 등을 선보였다. 강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음식들이지만 풍족한 추석의 분위기와 알맞게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추억을 쌓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주민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이들의 추석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샤골씨는 "올해 추석에는 7년 동안 지속해 온 축제도 취소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연장으로 모임도 자제하고 있다. 외국인지원센터나 이주민의 집에서는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추석 기간 모임 자제와 방역 대책 등의 안내문을 전달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음식나눔 축제뿐 아니라 이주민끼리 모여 염소도 잡고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올해는 연휴기간 내내 집에서 홀로 보내야 하니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다"고 토로했다.
샤골씨는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이주민 150여명과 함께 경기도 남이섬으로의 여행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모임 자체가 형성이 안되니 계획을 잡을 수가 없겠더라. 아쉬움이 남아 집에서 통닭이나 주문을 해서 먹을 생각이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또 "한국보다 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훨씬 심각하다. 고국의 소식을 들으면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며 "명절이나 휴가기간 등 적어도 1년에 한 번쯤은 방글라데시를 갔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돼 고국을 방문할 수 없어 마음이 무겁다. 또 지금 아내와 자식들은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곳에도 가지 못하고 마음만 졸이고 있다"고 밝혔다.
샤골씨는 "모두의 세금으로 비싼 돈을 주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나는 외국인이 아닌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의 제도를 따를 것이다. 모두가 협심해서 재난상황을 이겨내면 좋겠다. 이주민들도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상황이 회복될 때까지 모두가 인내하고 정부의 지시를 잘 따라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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