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출신 등 32명 검거...10명 구속.22명 불구속 입건, 기소전 12억여원 추징보전
[더팩트 l 의정부=김성훈 기자] 중국에 기반을 두고 기업처럼 세분된 조직을 운영하며 출장마사지 선입금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아 가로챈 피싱 사기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 위반 혐의로 32명을 검거해 이 중 간부급 A(40)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2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출장 마사지 피싱 사이트 35개를 운영하며 총 310명으로부터 약 43억원의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피해 건수를 합하면 실제 피해액은 이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선입금 명목으로 돈을 미리 받고 실제 마사지사는 보내지 않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가 사이트를 보고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면 먼저 10만∼30만원의 예약금을 입금받았다. 이후 마사지사의 안전 보장 보증금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입금자 이름 형식이 틀렸다", "절차가 잘못됐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이후에는 "지금까지 입금한 순서대로 다시 입금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조직이 사용한 매뉴얼에는 절차별로 요구할 금액도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다.
사기임을 알아채고 환불을 포기하는 피해자도 있었지만, 이미 입금한 돈을 받기 위해 범인들이 요구하는 돈을 계속 입금한 사례가 더 많았다.
한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선입금 15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신청비용, 보증금, 해지비용, 환전신청금 등 피의자들이 환급을 빌미로 요구하는 돈을 지속적으로 입금했다. 1회 입금 액수는 15만원에서 900만원까지 늘어났다.
이 피해자는 입금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는 '상담사', '해결 팀장'을 사칭한 피의자들이 피해자에게 접근해 다양한 거짓말로 돈을 입금받는 등 두달간 이어진 범행에 피해 금액은 4억3천만원까지 늘었다.
이들 조직은 사이트 광고부터 범행 실행 자금 세탁과 분배까지 그룹과 팀으로 역할 분담을 세분화하고 일사불란하게 사기행각을 벌였다.
광고팀은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고 검색 사이트에 유료 키워드 광고를 등록해 출장 마사지 피싱 사이트가 검색 결과 위쪽에 노출되게 했다.
피해자가 마사지를 받겠다고 접근하면 실행팀이 나섰다. 실행팀도 역할과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3개 그룹 십여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실행팀이 가로챈 돈은 자금관리팀이 대포 계좌와 중국 환전상을 통해 세탁했다.
조직을 운영한 A씨 등 간부들은 기존에 활동하던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중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지자 대거 국내로 들어왔다. 일부는 동남아 지역으로 가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금 중 차량, 차명 부동산 및 현금 12억5667만원을 추징보전 신청했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몰수 대상 물건·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했을 때 내리는 처분이다. 추징보전 명령이 내려지면 당국은 해당 물건·금액에 해당하는 액수를 징수한다. 피의자는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이전에는 범죄 수익 몰수는 가능했지만, 범죄 행위와 몰수된 재산간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려웠다.
지난 9월 10일부터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시행됨에 따라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시행 당일인 지난 10일 의정부지법으로부터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범죄 수익에 해당하는 돈을 기소전 추징보전한 첫 사례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출장마사지 뿐만 아니라 물품 거래에도 입금자명이 틀렸다며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가 많다"며 "추가 입금을 하지 말고 바로 수사 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