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형 호텔 단기임대 형식 '꼼수 영업'…"손님들한테 알리지도 않아" 일반인 분통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요즘 호캉스가 대세라던데, 자가격리자와 일반 손님을 이렇게 한 건물에 둬도 되는지 저희도 걱정되네요."
서울 종로구 소재 한 호텔 직원 A씨가 한 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를 하고 있는 점을 악용, 일부 서울 레지던스형 호텔에서 일반 투숙객과 자가격리자를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더팩트> 취재 결과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여러 호텔은 자가격리자와 일반 투숙객을 대상으로 동시에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내 호텔 4곳을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지정해 자가격리자를 전문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호텔에 대해선 사실상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 영업하도록 하고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다수의 레지던스형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취사가 가능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자가격리자와 일반 투숙객을 함께 받고 있다고 호텔 관계자는 털어놨다. 코로나19의 글로벌 유행이 계속 되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호텔발(發) 대규모 지역감염이 터져 나올 수 있을 우려가 상존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 데도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질병관리청도 자가격리자와 일반 투숙객을 함께 수용하는 숙박업소에 대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방역시스템의 구멍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독립된 건물에 자가격리자와 일반인을 함께 두지 말라고 각 지자체에 권고는 하고 있지만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며 "실제로 (레지던스형 호텔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또 그 현황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는 아무리 층을 달리하더라도 입구나 로비, 엘레베이터 등 공용구간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호텔 직원들은 자가격리자와 일정 정도 접촉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에 상당부분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가지정 시설이 아닌 탓에 방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조차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 모 호텔 관계자는 "국가가 지정한 호텔은 폐기물 처리비용만 한달에 8000만원, 방역비용은 1000만원가량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런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부분에 대한 관리는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한 호텔 영업이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되면 담당 보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한 뒤 특정 장소에서 2주간 격리된 상태로 머물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가격리자는 스스로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데 국가지정 시설로 가기가 여의치 않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호텔들이 일반 객실 임대가 아닌 단기임대 형식으로 영업을 해 투숙객을 유치하며 변칙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인과 격리자를 함께 받고 있는 한 4성급 호텔 관계자는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욕실과 주방이 갖춰져 있는 아파트형 객실에 자가격리자를 받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 모 구청 관계자는 "만일 공용시설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숙박업소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서울에는 머물 곳이 없다"며 "일반 아파트나 레지던스형 호텔이나 실상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지정 호텔로 가기 위해선 일정 정도의 심사기준을 거쳐야 하는데 그 기준에 미치지 않는 분들이 주로 독립된 주방을 가지고 있는 호텔 객실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투숙객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 호캉스를 계획했다는 직장인 김모(29·여)씨는 "당연히 호텔이면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고 방역도 철저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내 옆방에 또 내 윗방에 자가격리자가 있을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텔에 문의를 해서 자가격리자와 함께 투숙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이번 호캉스를 취소할 것"이라며 "친구들도 많이 불안해하며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여름 휴가 기간 해당 호텔을 이용했다는 서모(39)씨는 "최소한 투숙하는 고객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기 위해 호텔로 가는 것인데 오히려 위험을 떠안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now@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