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 74.9% ‘외롭다’ 응답…"영국인보다 높은 수치”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부산 시민 10명 중 7명은 ‘외롭다’고 느끼고, 이가운데 1명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일상이다. 외로움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기 위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한 영국보다 부산 시민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비율이 더 높다."
14일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발표한 ‘부산시민의 외로움 실태 및 예방을 위한 지원 방안 연구보고서(책임연구 김혜정)’에 드러난 부산 시민의 삶의 일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시민 62.4%는 외로움을 ‘가끔’ 느끼고, 10.3%는 ‘자주’ 느끼며, 2.2%는 ‘거의 항상’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외로움에 더 약했다.
이는 영국에서 16세 이상 인구의 45%가 외로움을 느끼고, 5%는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것과 비교했을 때 부산 시민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이보다 훨씬 보편적인 경험이라는 게 개발원의 설명이다.
김혜정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외로움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보편적인 경험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외로움을 드러내는 것은 결핍이나 약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사회적 개입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데에는 낮은 학력과 소득, 사회적 관계 단절, 건강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81% 외로움 노출…학력·소득 낮을수록 더 외로워
부산 남성 76.0%는 ‘외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여성(73.8%)은 그보다 덜했다. 특히 16.8%의 남성은 ‘자주’ 또는 ‘거의 항상’ 외로움을 느낀다고 대답해 여성(8.2%)보다 2배 차이를 보였다.
또 연령이 높고 학력과 소득이 낮을수록 더 ‘외롭다’고 느꼈다.
60대는 86.0%, 70대는 88.3%가 외로움을 느꼈고, 이를 상시적으로 느끼는 비율도 각각 20.1%, 22.6%로 높게 나타났다.
낮은 학력과 소득도 이러한 감정에 영향을 미쳤다.
가족관계에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중에는 이혼 및 별거, 사별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비율이 높았다.
가족 구성원 수가 적을수록,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적을수록 외로움을 더욱 크게 느꼈으며, 1인 가구의 81.7%가 외로움에 노출되어 있었다.
◆ 무직, 사회적 관계 단절이 "외로움 불러일으켜"
외로움은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 형성과도 상당히 밀접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의 80.2%, 일용직을 포함한 임시고용직 종사자의 79.5%, 단순노무 종사자의 100%가 외로움을 느꼈다. 자신의 경제상황에 ‘불만족’하는 응답자의 85.1%도 같은 감정을 내비췄다.
또 자신의 사회적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들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고,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몸이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의 94.4%가 외로움을 느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은 온라인 활동 이나 동창회 등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외로움을 덜 느꼈다.
사회적 관계에서 문자, 전화, 대면 등의 접촉빈도가 높을수록 외로움 정도는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의 53.3%도 외로움에 시달렸다. 외로움 정도가 높은 집단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상황 악화’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 "외로운 사람은 ‘희망 없음’, ‘죽음’ 등 부정적 감정 더 크게 느껴"
외로움을 자주 느끼거나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짜증’, ‘흥미 없음’,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받아들이고, 외롭다고 느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혼자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보고서는 ‘외로움’이 ‘짜증’과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흥미 없음’, ‘우울’, ‘희망 없음’, ‘죽음’과 같은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은 "외로움에 대한 서비스는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매우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한다"며 "외로움에 대한 서비스는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의 요인에 따라 다른 방식의 접근, 맞춤형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외로움에 대한 인식 전환 및 홍보 강화 △외로움 치유센터 및 외로움 컨설턴트 양성 △가족관계 강화 △다양한 형태의 사회주택 공급 △재무 컨설팅 등 경제적 자립 지원 및 대화 서비스 △친구를 빌려주는 서비스 △외로움 케어 산업 등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사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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