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출연진 '시립극단 갑질 규탄' 성명 발표…코로나 위기 내몰린 공연자 밥줄 쥐고 흔든 '야만적 행위'
[더팩트ㅣ광주=허지현 기자] "살을 뺐어야지, 살이 더 찐 것 같다, 네 다리통을 봐라 어휴~"
광주광역시시립극단이 열악한 처지에 놓인 배우와 조연출로 활동 중인 객원 단원들에게 성희롱과 인격 모독 발언 등 갑질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시립극단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객원 단원들이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점을 악용해 단원들에게 정상적인 계약을 미루며 불공정 계약을 주도해 왔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광주광역시 시립극단에서 활동 중인 배우와 조연출 등 단원 4명은 20일 페이스북(사회관계망서비스)을 통해 ‘광주시립극단의 부조리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광주광역시 시립극단의 수시공연 ‘전우치 comeback with 바리’에 배우 및 조연출로 참여 중인 프리랜서 예술인"이라며 "광주시립극단의 불공정 계약과 갑질, 성희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 등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단원들은 "그동안 작품에 참여한 이후 각자가 마주한 부조리한 상황들을 더는 스스로 견뎌내거나 방관하기 어려워 해당 문제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문예회관 측에 올바른 절차에 따라 입장을 전달했다"며 "문예회관의 책임있는 행동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피해자들의 상담 내용이 여러 경로를 통해 외부에 노출됐고, 상담 내용들은 피해의 직·간접 당사자들이 아닌 제3자들에 의해 재가공, 재생산되면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외부 세력의 압력과 회유로 2차, 3차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피해자들이 비밀보장을 전제로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지역 일간지 기자들의 전화를 통해 듣게 되는 심정 또한 비통하기 그지 없다"며 "가해자들에게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에게도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잘못을 인정할 기회를 주기 위해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를 따랐다"고 그동안의 복잡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배우 조연출 등 단원 4명의 피해 사실은 계약서를 반복적으로 미뤄온 것과 원치 않은 업무 수행과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 인격 모독, 성희롱 등이다.
이들은 "무대감독 A씨는 지난 6월 30일 공연 연습 중 발목 골절 부상을 입은 여배우 B씨에게 ‘그러니까 살을 뺐어야지. 얼마나 무거웠으면 발이 부러지느냐.’"며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하고, 7월 23일에는 "너는 살이 더 찐 것 같다. 어딜 봐서 빠지냐. 네 다리통을 봐라"라고 지속적인 폭언과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또한 연출자 C씨는 7월 14일 B씨에게 수술 후 상태를 물었고, B씨는 "고정된 핀이 휘어져 통증이 있어 핀을 다시 박는 수술을 할 예정이다"고 말하자 C씨는 "무슨... 모르는 사람이 보면 트럭에 발 깔렸는 줄 알겠다, 너 이거 광주니까 봐주는 거지 서울이었으면 얄짤 없었어"라는 황당한 말도 들어야 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단원 4명은 "외부 조사기관 혹은 경찰 조사 없이도 해당 잘못에 대해 즉각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들을 예술회관 관계자들, 동석해있던 광주광역시 인권 옴브즈맨에 알렸음에도 4일의 시간을 기다린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아직 피해자들이 조사기관을 선택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조사 진행 없이 문예회관 측에 진술한 정도의 내용만으론 가해 당사자들의 직무 정지를 권유할 수는 있지만 강제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가해자들을 당장 공연에서 배제 시켰을 때 공연의 진행을 책임질 대행자나 대안이 없다는 공식적인 문예회관의 입장을 시립극단 운영실장을 통해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피해자들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이곳은 해당 문제들에 대해 (심각성문제)정도를 매기(측정)고 있다는 생각에 화도났다"며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믿고 기다렸던 것을 후회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특히 "피해자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본인들도 공감했던 이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 어떠한 회의를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진행했는지, 그 회의에서 이야기된 대안들이 무엇이었는지도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예회관 공연지원과장은 빠른 조치를 약속했지만 지난 19일까지 휴가 중이었다"고 한탄했다.
이와 함께 단원 4명은 "과연 저희의 상황이 그들에게 비상 상황이었는지 의심이 된다"며 "책임있는 조사를 약속했던 모든 관리자를 비롯한 문화예술회관 관장이 4일 동안 어떠한 조사와 대응을 했는지 꼭 알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앞으로 결코 그들만큼은 믿지 않을 것이다"며 "모든 문제들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를 통해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제3자들에 대해서도 더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행을 용인하지 않겠다"며 "필요하다면 법적 책임까지도 물을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허위사실 유포를 삼가 달라고 했다.
이와 관련 문예회관은 "인권 옴부즈맨에게 조사를 의뢰했고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관계자는 "인권 옴부즈맨이 절차에 따라 성실히 조사에 임할 수 있도록 피해 사실을 접수해 주길 기대리고 있다"며 "차후 조사 과정에서 피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재발방지대책 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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