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가정서 자라 내성적 성격…"반성도 형식적"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한국 현대사에 남을 만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판명됐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 하는 자기중심적 인물로, 진정한 반성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가부장적 분위기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릴 적 동생이 사고로 사망하면서 충격이 컸고 부친의 억압은 더 강해졌다.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된 그는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 하는 소년이었다.
이춘재가 성취감을 처음 느낀 곳은 군대였다. 기갑부대에서 근무하면서 우월감을 맛봤다. 자신의 지휘를 따라오는 병력과 탱크를 보며 존재감을 느꼈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춘재가 조사 중) 군대 이야기를 할 때는 신이 나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제대 후에는 곧바로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스트레스가 가중됐다. 그의 첫 성폭행 범행은 전역 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1986년 2월18일이었다. 상실된 자기 주도권을 표출하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춘재는 조사에서 범행동기를 제대로 답하지 않았으나 경찰이 정리해서 알려주자 "그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춘재는 성범죄에서 살인으로 발전했는데도 죄책감이나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 했다. 감정에 따라 살인하며 연쇄살인으로 이어져 점차 잔혹·가학적으로 진화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사 초기에는 피해자에게 미안해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범행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이춘재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이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 죄책감이 전혀 없다"며 "반성한다고 말했는데 형식적인 것으로 본다. 8차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 씨에게도 형식적으로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춘재가 뚜렷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다고 봤다. 수사 중에도 자신 건강과 교도소 생활만 걱정하는 등 이중적·자기중심적 행태를 보였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 결과도 65∼85%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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