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모국 민주화 투쟁 펼치는 아시아 청년 활동가들 광주 방문

한국에 거주하며 모국 민주화 투쟁을 펼치고있는 아시아 청년 활동가들이 21일 님을 위한 행진곡을 5개 국어로 번안한 노래에 맞춰 율동하는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주최해 눈길을 모았다./광주=박호재 기자

5·18묘역 참배, 님을 위한 행진곡 5개 국어로 번안 노래 맞춰 플래시몹 ‘눈길’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한국 민주화운동 투쟁사는 유사한 군부독재 치하에서 민주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아시아 활동가들의 교본이다. 그 투쟁사의 핵심에 놓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시민의 피로 물든 항쟁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아시아 활동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활동가들이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네트워크를 통해 해마다 5월 전후의 시기에 광주를 찾는 게 이제 희귀한 일은 아니다. 모국이 아닌 한국에 거주하면서 매우 특별한 활동을 펼치고있는 이들 아시아 청년 대표들이 21일 광주를 찾았다.

아시아인권평화포럼(대표 김복주 목사) 초청으로 광주를 찾은 이들은 우크라이나, 캄보디아, 중국, 태국, 그리고 광주 고려인 마을(광산구 월곡동)을 대표하는 청년 활동가들이다. 이들의 한국 내 활동에 특별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 혹은 이주민의 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며 모국의 민주화 투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5개국 평화인권 청년 활동가들이 21일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앞 민주광장에서 광주선언문을21일 발표하고있다./광주=박호재 기자

물론 이들 모두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갖고 한국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일터를 찾기 위한 노동 이주였지만 한국의 민주화 전개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하면서 모국의 민주화를 위한 꿈을 품게 됐으며, 그 실천의 일환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자국 청년들을 조직하고 아시아 인권평화운동 단체들과의 연대사업에 나서게 된 것이다.

광주 광산구청(청장 김삼호)의 후원으로 이번 초청행사를 주최한 아시아인권평화포럼 김복주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40주기에 맞춰 대대적인 ‘아시아청년 인권평화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면서 청년 대표들 초청 행사로 프로그램이 축소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광주에 온 5인 청년 대표(우크라이나, 중국, 태국, 캄보디아, 고려인마을)들은 21일 5·18 국립묘지 참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 님을 위한 행진곡 플래시몹, 아시아인권포럼, 촛불행진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광주 다모아공원(광산구 월곡동)에서 펼쳐진 플래시몹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아시아 5개 국어로 번안한 노래를 배경으로 진행함으로써 광주 5·18정신을 자국의 민주화 투쟁의 불씨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모았다.

21일 광주 5.18 국립묘역에서 헌화를 하고 묵념을 올리는 아시아 청년 인권평화 활동가들./광주=박호재 기자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한국살이 11년째인 안드레이씨(고려인 청소년 센터장)는 "우크라이나도 5년 전에 광주 5·18과 같은 아픔을 겪었다"면서 "광주의 5·18이 광주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과 함께하는 세계의 5·18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아직도 5·18이 한국내에서도 그리고 국외에서도 그에 걸맞는 위상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한국에 8년째 거주하며 캄보디아 민주화 투쟁을 위한 청년단체를 주도하고 있는 임시넌(캄보디아 인권청년단체 대표)씨는 "캄보디아는 지금 훈센의 34년 독재정권 체제에서 시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의 5·18을 보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년 5월이면 빠트리지 않고 광주를 찾는다.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캄보디아 민주화를 위해 더욱 가열차게 활동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임시넌 씨는 2년 전 해외망명 중인 삼랭시 캄보디아 구국당(CNRP) 대표와 무어 쑥후어 부대표를 초청해 3천여명의 국내외 거주 캄보디아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광주 민주광장(금남로)에서 대대적인 촛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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