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경기 파주에서 수행적 추상의 세계를 탐구해 온 화가 유주희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개인전이 열린다.
경기 파주 출판도시에 위치한 갤러리 끼(대표 이광기)는 3월 14일부터 4월 25일까지 유주희 작가의 개인전 '궤적: 겹쳐진 흔적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수행적 추상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로, 스퀴지 작업을 통해 축적된 시간의 층위와 신체적 흔적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궤적: 겹쳐진 흔적들'은 유주희 작업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전통적인 붓 대신 스퀴지를 도구로 선택해 물감과 신체가 직접 맞부딪히는 회화적 현장을 만들어 왔다.
화면 위에서 물감을 밀어내고 긁어내며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반복적 행위는 단순한 제작 과정이 아니라 시간과 몸의 움직임이 남긴 흔적이 된다. 이러한 흔적들은 화면 위에 층층이 축적되며 하나의 깊은 시간의 지층을 형성한다.
유주희에게 반복은 곧 수행의 과정이다. 작가는 끊임없는 반복 행위를 통해 자아를 비워내고 행위와 화면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탐색한다. 그 결과 화면은 단순한 평면을 넘어 에너지와 사유가 응축된 공간으로 확장된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깊고 밀도 높은 색면과 물질적 층위는 육체적 노동이 남긴 기록이자 몸의 움직임이 만든 리듬이다. 스퀴지를 통한 밀어내기와 긁어내기의 반복은 화면에 독특한 긴장감과 리듬을 형성하며 관람자에게 물질성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강렬한 회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회화들이 소개된다. 대표작 'Repetition–Trace of meditation' 시리즈 등은 수행적 행위와 추상의 언어가 어떻게 화면 속에서 하나의 질서로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몸의 감각으로 읽어내는 몰입의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궤적: 겹쳐진 흔적들'은 한 예술가의 육체적 노동과 반복의 시간이 어떻게 회화적 질서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동시에 유주희가 구축해 온 독자적인 추상 언어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전시 이후 유주희 작가는 프랑스 파리의 Galerie Dutko에서 개인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파주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가 유럽 미술계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이어지며, 오프닝 리셉션은 3월 19일 오후 5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