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조선 시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실종을 둘러싼 역사적 미스터리를 무대 위에서 풀어내는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오는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을 맡은 이번 작품은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대형 창작 뮤지컬로, 동명 장편소설을 쓴 이상훈 작가의 원작을 토대로 재탄생했다.
뮤지컬은 조선과 유럽, 현대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시공간 구조와 상상력 넘치는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
1막은 조선에서 장영실이 세종과 함께 과학기술 발전에 힘쓰는 과정을, 2막은 그의 실종 이후 펼쳐지는 유럽 무대의 여정을 그려내며 전혀 다른 공연을 연속 관람하는 듯한 이질적 재미를 제공한다.
주역 배우들은 조선 시대 인물과 현대 인물을 넘나드는 '1인 2역' 캐스팅으로 작품의 다층적 서사를 입체화한다.
원작자인 이상훈은 지상파 방송 PD 출신으로, 예능과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출을 맡아 '스토리텔링이 강한 제작자'란 평을 받아왔다.
이후 방송계를 떠난 그는 집필에 전념하며 에세이와 소설을 잇달아 발표했고, 2014년 첫 장편소설 '한복 입은 남자'를 통해 작가로서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이번 뮤지컬 개막을 계기로 원작 소설도 개정판을 출간하며 새로운 독자층 확보에 나섰다.
소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장영실의 실종이라는 역사적 공백에 과감한 상상력을 접목했다는 점이다.
작품은 장영실이 단순한 실수로 파직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기존 정설을 뒤집고, 그가 조선을 떠난 뒤 르네상스 시기 유럽으로 향해 과학과 문명을 잇는 ‘숨은 연결고리’였을 가능성을 탐색한다. 서양에서 발견된 '한복 입은 남자' 초상화의 실존 배경을 둘러싼 미스터리 역시 극의 핵심 장치로 활용된다.
뮤지컬 제작진은 이러한 서사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제작사 EMK는 "'한복 입은 남자'는 역사와 추리, 상상력이 결합된 드문 서사 구조를 지닌 작품으로, 무대 공연이 가진 시각적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실과 세종, 유럽 르네상스 세계가 한 무대에서 충돌하며 만들어낼 지적 서스펜스와 감각적 무대 구현이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주요 캐스팅도 화려하다. 박은태, 전동석, 고은성이 장영실과 그의 비망록을 찾는 학자 강배 역을 맡아 시대와 공간을 오가는 두 인물을 연기한다. 카이, 신성록, 이규형은 세종과 현대의 방송국 PD 진석 역을 맡아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적을 펼친다.
주역 배우 모두가 상반된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기존 창작 뮤지컬과 다른 연기 밀도를 요구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한복 입은 남자'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기록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서사다. 역사적 인물의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동서양 문명의 상호작용을 탐색하고, 한국적 미학과 서구적 무대문법이 결합한 형태의 콘텐츠 확장 가능성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영실의 마지막 행적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빈자리에는 어떤 진실이 자리하고 있는지, 소설에서 출발한 질문은 이제 무대 위에서 관객의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훈 원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2026년 3월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