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어왔] 요즘 나오는 '책 표지'가 비슷해 보이는 이유 (영상)


'주변 흔한 상점' 등장하는 책 표지
원조는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코로나19로 힐링소설 대세 되며 유행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출발합니다.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기도 하고 의외의 즐거움을 찾기도 합니다. '우린 어디서 왔을까?' 오늘의 우리는 '힐링 소설책 표지'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상빈 기자] 요즘 서점에 가면 사진관, 세탁소, 편의점 등 평범한 건물이나 상점이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소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같은 작가나 출판사가 내놓은 듯한 느낌의 이 책들은 대개 공감, 위로, 힐링을 주제로 하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웃을 주인공으로 한다. 소설의 성격처럼 표지도 대부분 따뜻하고 화사한 색감이다.

22일 서울 송파구 A 서점에 나란히 진열된 인기 도서. 비슷한 책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이상빈 기자

이런 상점 표지가 주목받은 건 지난 2012년 12월 현대문학이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출판하면서부터다. 10년 넘도록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킨 이 책은 국내에서 170만 부 이상 팔렸다.

책 인기 덕분에 표지도 유명해졌다. 특별한 것 없는 늦은 밤 불 켜진 잡화점 그림의 '힐링 소설'이 출판계 대세가 돼 다른 책 표지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책을 출판한 현대문학 관계자는 이 표지의 탄생은 "책 콘셉트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디렉팅 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현대문학이 지난 2012년 12월 출판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상점 표지의 원조로 통한다. 22일 서울 송파구 B 서점에 진열된 책. /이상빈 기자

현대문학 관계자는 21일 <더팩트>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콘셉트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서 회장님이 직접 디렉팅 하셨다"며 "책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책 내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표지 디자인의 방향성을 구상한다.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아트 디렉팅을 했다"고 밝혔다.

출판업계 관계자 A 씨는 한 책이 잘되면 출판사에서도 그런 감성과 디자인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요즘 집, 건물 등이 들어간 일러스트 표지를 사용한 책이 많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꾸준히 베스트셀러다 보니 잘된 표지를 보고 벤치마킹하는 게 하나의 성공 문법이 돼가는 것 같다"며 "이 책이 잘 안됐다면 이런 표지도 안 나왔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2020년 7월 팩토리나인이 출판한 힐링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지음)'도 1·2권 합해 100만 부 이상 팔려 상점이 등장하는 표지 스타일의 유행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후 표지는 물론 제목과 주제도 비슷한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지친 독자를 위로하는 힐링 소설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22일 서울 송파구 B 서점에서 디자인이 비슷한 표지 책들이 인기 도서 코너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빈 기자

또 다른 출판업계 관계자 B 씨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했다고 말한다.

B 씨는 "서점에 비슷한 표지와 제목의 책이 많다고 느끼는 건 최근 몇 년 동안 그런 장르의 책 가운데 베스트셀러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그런 책이 인기가 많으니 자연스레 비슷한 장르의 작품이 쏟아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링 소설 표지 일러스트가 유사하게 보이는 이유도 실제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많아서라는 게 B 씨의 설명이다.

그는 "같은 작가가 표지를 그려서 책들이 다 똑같아 보일 수 있다. 일부 작가는 독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인기가 있어 작업량이 몰렸을 것"이라며 "일러스트도 유행한다. 다만 같은 작가가 그림을 그려도 책 성격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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