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한평생을 헌신한 위대한 의사 알베르트 슈바이처(1987~1965)에게 한국인 제자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의사 이일선(1922~1995).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그의 삶을 다룬 책 ‘슈바이처의 제자 이일선과 인술의 실천가들’(책:봄)이 출간됐다.
슈바이처와 이일선은 많은 면에서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오지에서 한평생 인술을 베풀었다. 슈바이처는 아프리카 서부 가봉의 랑바레네에서 원주민을 위한 병원을 세웠다. 이일선은 1960년대 초 한국의 오지였던 울릉도에 들어가 첫 현대식 병원을 열고 나병과 결핵 등 전염병 환자를 치료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신학을 공부한 의사였다. 입으로만 예수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 아닌 직접 삶과 행동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자 했다.
슈바이처는 1894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대학교 입학하여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의사가 없어 고통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모교 의학부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1913년 의학박사가 되었다.
이일선은 1945년 조선신학교(현 한신대학교)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한 목사였다. 목사로 사역을 하면서도 의사가 되고자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10대 시절 슈바이처의 자서전 ‘나의 생애와 사상’을 읽고 키워왔던 꿈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의대생 시절부터 슈바이처와 서신교환을 했던 이일선은 1956년 2월 슈바이처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2년여 뒤인 1958년 11월 아프리카 가봉 랑바레네에 있는 슈바이처를 찾아가 한센병 전문교육을 받았다.
1959년 12월 한국에 돌아온 이일선은 자신이 사역하던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그만두겠다고 교인들에게 밝힌다. 의료 불모지인 울릉도에서 의료 활동을 하기 위함이었다.
슈바이처는 제자 이일선이 있는 울릉도로 찾아가 격려하고 싶었으나 워낙 고령인 탓에 서신으로 그를 응원하고 세계 각국에 호소해 구호 의약품 등을 모아 한국으로 보냈다.
책은 이일선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같은 길을 걸으며 인술을 실천한 한국인 의사 6명과 외국인 의사 9명의 사연도 담겼다.
출판사는 책 표지 앞면에 ‘의대 진학과 의사를 꿈꾸는 청소년 필독서’라는 문구를 적었다. 의대 진학이 어느 순간부터 그저 부와 성공, 신분 상승의 기회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지금 진정한 의사로서의 삶과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면 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저자 전정희는 기자 출신으로 국민일보 문화부장과 논설위원, 쿠키뉴스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쿠키건강 TV에서 ‘근대 인술의 연장’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종로문화원 전문위원, 쿠키뉴스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민족주의자의 죽음’, ‘한국의 성읍교회’, ‘예수로 산 한국의 인물들’ 등이 있다.
전정희 지음. 출판사 책:봄. 32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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