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 지난달 31일 강원 강릉으로 휴가를 떠난 직장인 김모(29) 씨는 안목해수욕장에 들어갔다가 해파리에 쏘였다. 갑자기 복부가 따끔해서 봤더니 해파리에 쏘였다. 쏘인 부위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폭염으로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한반도 해역으로 독성 해파리가 모여들고 있다. 피서객들의 쏘임 사고도 증가하면서 휴가철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전국 해수욕장에서 총 2989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특히 강한 독성을 가진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개체 수가 크게 증가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노무라입깃해파리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1㏊당 평균 108마리로 지난해 평균 9마리에 비해 10배 넘게 늘었다. 2015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이 매년 관찰을 시작한 이래 최대 수준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본격 여름철을 맞아 눈에 띄게 자주 목격되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율은 7월18일 36.3%, 7월25일 43.1%에 이어 지난 1일 53.2%까지 높아졌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2m 정도로 크고 독성도 강하다. 중국 양자강 하구역에서 발생해 해류를 타고 제주를 거쳐 남해와 서해·동해로 움직인다. 이 해파리에 쏘이면 붓고 발열·근육마비·호흡곤란·쇼크 증상이 나타난다.
해양수산부는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비롯해 보름달물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작은상자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등 총 5종의 해파리를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유해해양생물로 지정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또 다른 해파리인 보름달물파리 출현 시기도 빨라졌다. 통상적으로 보름달물파리 특보는 6월에 발령하는데 올해는 5월27일 발령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보름달물해파리는 크기가 20~30cm로 비교적 작고 독성도 약하다.
올해 해파리가 늘어난 주요 원인은 폭염에 따른 고수온 현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5일 동해 전 연안 수온이 25도에 도달하면 발령하는 고수온 예비특보를 발표했다. 서해 중·남부 연안은 고수온 경보 단계(28도 이상 3일 지속 시)로, 충남 가로림만은 고수온 주의보 단계(28도 도달 시)로 상향했다.
고수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닷물 온도가 25~28도를 넘으면 우럭·볼락 등 양식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기 때문이다.
윤수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고수온 현상은 해파리의 출현 시기를 앞당기고 또 다른 아열대성 해파리가 활발하게 유입되는 조건을 만든다"며 "올해 보름달물파리 출현 시기가 통상적인 시기보다 한 달 정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5월 말에 중국 남부 해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양쯔강에서 영양물질이 바다로 많이 흘러들어오고, 동중국해에서 번식하는 해파리 먹이 조건이 좋아지며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량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파리에 쏘인 경우 즉시 물 밖으로 나오고, 바닷물이나 생리식용수로 신속하게 세척할 것을 당부했다. 수돗물을 이용하면 해파리 독침이 더 퍼질 수 있다. 통증이 남아 있을 때는 45도 안팎 온도의 온찜질을 하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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