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안에서 출발합니다.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기도 하고 의외의 즐거움을 찾기도 합니다. '우린 어디서 왔을까?' 오늘의 '우리'는 두바이 초콜릿 유행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상빈 기자] '두바이 초콜릿'이 세계적인 열풍을 타고 국내에 상륙했다. 며칠 새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두바이 초콜릿 유행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Fix Dessert Chocolatier)'라는 업체에서 만들어 판매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제품을 통칭한다.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는 다섯 종류(You Karak me up, Mind your own Buiscoff, Butter to be safe than Salty, Can’t get Knafeh of it, Cereously Chewsy)의 초콜릿 바(Fix Hero bar)를 내놓아 지난해부터 푸드 인플루언서들과 협업 영상을 찍었다.
이들의 영상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유행에 기폭제 역할을 한 사람은 디저트 리뷰 틱톡커 마리아 베헤라(Maria Vehera)다.
지난해 12월 베헤라가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와 컬래버로 찍은 1분 35초 분량 영상이 수개월간 틱톡에서 흥행하며 바이럴 마케팅을 선도했다.
영상에서 베헤라는 차례대로 세 종류의 픽스 초콜릿 바 포장을 뜯어 맛있게 먹는다. 이때 첫 번째로 등장하는 제품이 'Can't get Knafeh of it'이다. 반을 쪼개자 안을 가득 채운 부드러운 녹색 크림이 흘러나온다. 12일 오후 기준 영상 조회수는 6650만 회를 넘어섰다.
국내에 두바이 초콜릿으로 알려진 것은 이 'Can't get Knafeh of it' 제품이다. 'Can't Get Knafeh of it'은 중동, 튀르키예 등 이슬람 문화권 디저트인 크나페(Knafeh)를 모티브로 한 초콜릿 바다. 영상의 인기에 힘입어 베헤라가 가장 먼저 먹은 이 크나페 제품이 국내엔 두바이 초콜릿으로 망라해 불리게 된다.
독특한 식감과 생소한 재료, 구하기 어렵다는 희귀성 등이 맞물려 대중의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 소셜미디어 바람을 타면서 지난달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던 두바이 초콜릿은 이달 초부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원조 두바이 초콜릿을 현지 말고는 구할 방법이 없자 국내 업체들이 자체 제작에 나섰다. 현재 쏟아져 나오는 국내산 두바이 초콜릿은 대부분 크나페 제품을 본떠 만들어졌다.
녹색 견과류인 피스타치오 크림을 중동식 면 카다이프와 섞고 그 위에 초콜릿을 부어 굳히는 게 국내에 알려진 두바이 초콜릿 만드는 방법이다.
자영업자들은 물론 대형 편의점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제작에 착수하며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에서 출시한 두바이 초콜릿은 전국 편의점 매대에 진열되자마자 품절되기 일쑤다. 원조와 더불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가보다 비싼 값에 판매되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만들어 팔던 튀르키예 디저트 전문 A 카페는 지난 9일 잠실 대형 쇼핑몰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달 31일까지 매장이 아닌 팝업스토어에서만 두바이 초콜릿을 판매한다.
취재진이 A 카페의 팝업스토어를 찾은 9일 오후 1시 30분쯤엔 이미 준비한 두바이 초콜릿이 동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은 "오픈 첫날이라 물량을 많이 가져오진 않았다. 600개 정도를 준비했는데 2시간 만에 다 팔렸다"며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가져오려고 한다. 물량이 너무 빨리 소진돼 운영 방안을 쇼핑몰 측과 함께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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