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상빈 기자] 직장인이라면 퇴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미래를 한 번쯤 꿈꾼다. 긴 휴가를 쓸 수 없어 포기했던 유럽 여행도 마음껏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 작가가 되려는 이도 있다.
대다수는 현실적인 문제로 그 꿈을 가슴 속에 묻어둔다. 누구나 바라지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그 여정에 나선 사람이 있다. 그에겐 아직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낭만을 현실로 실현한 의지만큼은 '프로'다. 이선영 작가의 이야기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 공유서재에서 <더팩트>가 이 작가를 만났다. 그는 언론사 기자, 방송국 콘텐츠 에디터를 거쳐 최근 여행 에세이 '잃어버린 길 위에서'를 출간하고 작가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가 처음부터 작가를 꿈꾼 건 아니다. 남들이 상상만 하던 일을 현실로 옮기면서 맞이한 전환점이 그를 작가의 세계로 입문하게 했다. 그가 취재진에 털어놓은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법한 일이기에 흥미로웠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행복하지 않아'라는 마음 속 외침이 이 여정의 시작점이다. 그토록 바라던 스포츠부 기자가 됐지만 매일 이어지는 발제와 마감 스트레스는 그에게서 조금씩 행복을 빼앗아 갔다. 2019년 9월 마침내 3년간 근무하던 언론사를 나왔다. 이후 한 달간의 동유럽 여행을 계획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작가는 "이 책이 제가 퇴사 여행으로 동유럽에 갔을 때 이야기다. 아무래도 퇴사 여행이다 보니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가는 거라 의미 있게 뭔가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행 중 미래에 관해 고민하면서도 틈틈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감정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일기장에 적었다. 챙겨간 미러리스 카메라로 아름다운 동유럽의 풍경을 담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취재 현장을 누비며 단련한 글쓰기와 사진 촬영 습관이 여기서 빛을 발했다.
2019년 9월 22일부터 10월 19일까지 26박 27일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그는 일기장 내용을 바탕으로 모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플랫폼에 자신의 퇴사 여행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글이 점점 모이면서 이 글들을 묶어 하나의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를 가지고 여행 에세이를 주로 내는 출판사에 투고했고 연락을 받은 곳과 계약해서 책을 내게 됐다."
출판사와 계약했지만 출간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방송국 콘텐츠 에디터로 일해야 했다. 글쓰기에 전념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일 데뷔작 '잃어버린 길 위에서'가 세상 빛을 봤다. 무려 2년 반이 걸린 대장정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는 이제 작가가 됐다. 지난 3일엔 서울 종로구 한 서점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그가 건네는 조언은 '나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그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만의 주제를 가지고, 자기만의 감성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와서 응원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서 점점 키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제시한 건 '꾸준함'이다. 그는 "루틴을 만드는 것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서 잠깐 일기를 쓰는 거다"라며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날을 잡아서 긴 글을 하나씩 쓴다든가 이런 식으로 더디더라도 꾸준히 채워 나가면 자기만의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상상만 하던 일을 현실로 이뤄낸 이 작가는 새로운 책을 출간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책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길 바란다. 그는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아픔이 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런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며 "그걸 통해서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도 독자가 느낄 수 있게 하는, 공감과 위로가 되는 책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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