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골프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골프장 안전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골프장에 대한 법적 처분이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이용객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은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타구자 A 씨, 경기 팀장 B 씨 및 대표이사 C 씨를 모두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는데, 그 불기소 처분 사유가 미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는 지난 2021년 10월 강원도 K 골프장에서 발생했다. 캐디 D 씨는 일행이었던 피해자(30대 여성) E 씨와 다른 여성 일행 F 씨를 태운 카트를 ‘티박스 전방 왼쪽'에 주차시키고 경기를 진행했다.
당시 타구자 A 씨는 첫 번째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 OB 지역으로 빠지자 캐디 D 씨에게 멀리건을 받아 두 번째 티샷을 했다. 그 공은 왼쪽으로 더 크게 휘어 카트에 타고 있던 피해자 E 씨 눈을 강타했다. 피해자는 그 사고로 한쪽 눈이 파열돼 영구 실명되었고, 결국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사고가 발생한 홀은, 티박스 전방 왼쪽은 산지, 오른쪽은 낭떠러지 지형이기 때문에, K 골프장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왼쪽을 보고 티샷 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카트 주차 지점이 티박스 왼쪽 앞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왼쪽을 보고 티샷을 할 경우 공이 카트로 향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특이한 구조인 것이다. 통상 대다수 골프장은 사고 위험성을 감안해 카트 주차 위치를 티박스 앞에 두지 않음에도, K 골프장은 티박스 앞에 카트를 주차시키는 위험한 구조로 계속 운영해 온 것이다.
K 골프장은 해당 사고로 그 위험을 인지하고, 사고 발생 직후 갑작스럽게 골프장 코스 변경 공사를 전면 시행했다.
◆검찰, 골프장 과실 전면 부인…‘체육시설업 등록’ 골프장은 모두 안전하다?
경찰은 구조의 특이성으로 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운영했어야 함에도 일반적인 안전 조치만 이행한 것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경기팀장 B 씨와 대표이사 C 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K 골프장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모든 형사상 책임은 캐디에게만 있다고 보고, 경기팀장 B 씨와 대표이사 C 씨는 무혐의 결정을 했다. 경찰이 대표이사와 경기팀장에게 책임을 물어 ’골프장의 안전 관리‧감독 책임‘을 강조한 바와 정반대 관점이다.
검찰은 대표이사 C 씨에 대해, ‘K 골프장이 관계기관 승인을 얻고 준공했고, 체육시설업에 등록 돼 있으니 시설물에 하자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경기팀장 B 씨는 ‘일반적인 안전 조치를 이행한 점이 인정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홀이 위험한 구조임에도 K 골프장은 이에 대한 별도의 안전 관리 매뉴얼이나 펜스, 그물망 등 안전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 점은 간과한 부당한 결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타구 속도가 책도 뚫은 수 있는 볼을 사용하는 골프장에서는 티샷은 물론이고 모든 샷을 할 때 플레이어와 같은 선상에서 절대 앞에 나가지 못하도록 경기 진행을 하고 있고, 해당 골프장은 특히 특이한 구조로 더 안전 교육에 신경을 썼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캐디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향후 ‘골프장 책임 면피’ 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체육시설업 등록이 되기만 하면 골프장 시설물에 하자가 없다는 것이니,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업무상 과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체육시설업이 따라야할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을 보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곳은 골프코스 사이에 20m 이상 간격을 둬야 하고, 어려운 경우 안전망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K 골프장 해당 홀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곳으로 안전망을 설치해야하지만, 실제는 아니었다.
법원도 ‘골프장의 안전 관리 의무’에 무게를 두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J 골프장 3번 홀에서 타구자가 티샷한 공이 4번 홀에서 경기 진행 중 3번 홀과 4번 홀 경계지역으로 공을 찾으러 갔던 50대 피해자 가슴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재판부는 "홀 간격이 좁거나 인접하고 있어 인접 홀에서 친 타구가 잘못 날아가 인접 홀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골프장에서 그 홀 간격을 충분히 넓히거나, 펜스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여 플레이어들이 안전하게 골프경기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을 하여야 한다"며 "안전시설 미비가 이 사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검찰, 일행 앞에 두고 공 친 타구자에 대하여는 "경미한 규칙 위반"
검찰은 골프공으로 앞에 있던 일행을 쳐 실명에 이르게 한 타구자 A 씨까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앞에 있는’ 일행을 진행 방향에서 벗어나도록 하지 않고 타구한 것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이므로, 과실치상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타구자는 동행자가 "카트 위치가 불안하다"고 한 말을 들었으므로 위험을 인지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경미한 규칙 위반’이라는 일반 운동 경기 관련 판례를 인용하며, 타구자가 골프 카트 방향으로 공이 향할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보고 무혐의 결정을 했다. 하지만 타구자는 이미 첫 티샷에서 본인의 훅 구질을 확인, 멀리건 티샷 구질과 방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검찰 판단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올해 4월께 타구자 앞에 피해자가 탄 카트가 주차된 상태에서 타구자가 티샷을 했다가 피해자의 눈을 가격해 안구가 파열된 사건에서 타구자에게 과실치상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골프공의 진행 방향 전방에 사람이 있는지 먼저 살피고, 피해자가 그 진행 방향 부근에 있는 동안에는 공을 타격해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로 하여금 진행 방향에서 벗어나도록 한 다음 공을 타격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형사 전문 L 변호사는 "골프는 타구자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충분히 확인한 후에 샷을 해야 하는데, 앞쪽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을 쳐서 상해를 입혔다면 최소한 과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