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신간] 'NO EXIT'…"약쟁이들에겐 출구가 없다? 이의 있습니다!"


구조자 심정으로 투약자들 바라보는 변호사의 '일침'
처벌·격리보다 단약·재활 지원과 공감이 출구 만들어

신간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안준형 지음. 출판사 세이코리아. 280쪽. 1만8800원.

[더팩트ㅣ이병욱 기자] 한국 사회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올해 4월 원로배우 최불암 씨가 첫 주자로 나선 이래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노 엑시트(NO EXIT)' 캠페인. 경찰청과 마약퇴치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범국민 마약 범죄 예방 릴레이 캠페인이다. 중독성이 강해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마약은 '출구 없는 미로'와 같다고 묵직한 울림을 퍼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울림에 반론을 제기하는 변호사가 있다.

10여 년 전 한 마약 투약자의 변호를 맡은 것을 계기로 마약 사건과 처음 연을 맺은 안준형 변호사다. 그는 요즈음 1년에 100여 건의 마약 사건을 수임하는 마약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마약 사범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수사기관, 사법부, 언론, 일반 대중에게 마약 사범은 '불가촉천민' 그 이상이고, 그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시도는 사실상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미로의 출구를 닫아버린 것이 바로 우리 사회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그는 검사가 제시하는 유죄의 증거와 논리만 싸워야 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일방적인 편견과 억측, 비난과도 맞서야 했다.

안준형 변호사 바라는 것은 우리가 마약 사범을 범죄자이기 이전에 죽어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는 최근 발간한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세이코리아)는 '마약'보다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마약 사건의 주인공은 지금껏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었는데 이제는 그 대상이 일반인까지 확대됐다.

이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수사 담당자는 고속 승진한다. 그 때문에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마약 사범을 검거하는 동안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죄는 유명무실해지고, 없는 일조차 부풀려져 자극적인 뉴스로 세상에 나온다.

그 결과 마약 사범은 대중에게 '상종 못 할 범죄자'로 비난받는다.

안 변호사는 마약 투약자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지 그들을 처벌하고 격리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단약(마약을 끊는 것)과 재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음에 다가서는 그들의 발을 우리가 함께 돌려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마약 범죄를 줄이려면 수요를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마약과 마약 범죄를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마약 사범을 다루는 정책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는 마약 사범들을 격리하고 감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단약과 재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준형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국제변호사다. 법무법인 지혁의 대표변호사이며,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자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마약의 끝은 정해져 있다. 투약이 이어져 몸이 망가진다면 신체적 자살이고, 아직 거기에 이르지 않았다면 사회적 자살 중이다. 나는 구조자의 심정으로 마약 투약자들을 본다. 사실은 당신들도 살고 싶을 것이라는 마음에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변호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안준형 지음. 출판사 세이코리아. 280쪽. 1만 8800원.

wooklee@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