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또다시 마약이다. 터질 때마다 연예계 곳곳에서 지독하게 몸살을 앓을 정도로 큰 스캔들이건만 잊을만하면 마약 논란이 불거진다. 아니, 이제는 잊을 새도 없이 터지는 실정이다. 올해 초 유아인의 사태를 겪고서도 느낀 바가 없었을까. 반면교사도 통하지 않는 부족한 경각심이 놀라울 따름이다.
19일 유명배우 L 씨가 마약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첩보를 입수해 강남 유흥업소를 수사하던 중 해당 사건과 관련한 일부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L 씨를 비롯해 연예인 지망생, 유흥업소 실장, 종업원 등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은 올해 서울 강남 유흥업소와 주거지 등지에서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2001년 데뷔' '40대 톱스타 남성' 등의 조건에 따라 한 배우가 L 씨로 지목됐다. 해당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20일 <더팩트>에 "(마약 혐의와 관련해) 확인 중이다. 정리가 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부인 대신 "확인 중"이라는 입장에 연예계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L 씨가 정식 입건된다면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L씨는 이미 촬영을 마친 뒤 공개 예정인 작품만 2개, 이달부터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작품 1개, 이 외에도 다수의 작품에 출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 관계자들 역시 초조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연예계는 올해 초 이미 한 차례 마약 사태로 인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유아인이 쏘아올린 공으로 인해 업계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L 씨의 사건 소식이 전해진 날, 유아인은 대마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아인은 2020년 9월~2922년 3월 181회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하고, 2021년 5월~2022년 8월 44회에 걸쳐 타인 명의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 등을 받는다. 프로포폴 대마를 비롯해 케타민, 코카인, 졸피뎀, 미다졸람, 알프라졸람 등 마약 종류만 총 7종에 달한다.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는 소속사의 입장이 무색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난 유아인의 범행 스케일은 방대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유아인이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미국 현지에서 일행에게 대마 흡연을 강요한 범행 사실이 추가로 적발되기도 했다.
유아인과 L 씨뿐만 아니다. 최근 연예계는 마약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너 출신 가수 남태현과 방송인 서민재 또한 필로폰(메스암페타민) 투약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최근 서울서부지법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총 14차례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았다. 이로 인해 돈스파이크는 지난 9월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그릇된 사건들을 보고도 그들의 전철을 밟는 이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문제다. 연예인들의 낮은 경각심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경각심도 문제지만, 연예인으로서의 책임감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지점이다.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하는 사람은 너무 많았다.
유아인의 경우, 마약 적발 후 주연작인 넷플릭스 영화 '승부',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의 공개 모두 무기한 연기됐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과정에 있었던 영화 '하이파이브' 역시 개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시즌1에 이어 출연 예정이었던 '지옥' 시즌2에서도 하차했다.
L 씨 역시 업계에서 주연급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만큼 혐의가 드러날 시, 유아인 못지않은 '민폐'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노출되는 연예인들인 만큼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국가가 불법이라고 정한 마약 범죄를 계속해서 일으키니 연예계의 낮은 경각심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연예인들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좋은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각오다. 다시 한번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을 되새기고 낮은 경각심을 경계하며 경종을 울려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