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1년에 책을 몇 권 읽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 그런데 ‘책 안 읽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성인들 중에서 독서율 평균을 올리는 데 공헌하는 세대가 사실 MZ세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를 기록했지만 20대 청년층의 독서율은 78.1%로 모든 성인 연령층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다. 콘텐츠의 범람으로 책에 집중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2030세대가 책에 집중하는 방법을 톺아봤다.
◇전국 ‘독서’ 자랑 대회
MZ세대에게 독서는 단순히 ‘읽기’가 아닌 ‘보여주기’ 그리고 ‘보기’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책을 공유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필사하고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긴다. 과거 일기장이나 블로그에 긴 글로 남겨야 했던 독후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가 발달하며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시쳇말로 ‘감성’ 짙은 책 사진과 함께 단 몇 문장의 감상문만으로도 나만의 ‘북스타그램’을 완성할 수 있다. 문장이 짧으면 짧은대로 그 역시 ‘감성’이다.
인스타그램에 ‘북스타그램’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560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게시물을 살펴보면 읽은 책의 사진을 마치 화보처럼 찍어 올리거나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의 모습을 공유한다. 책 구매 내역을 소개하는 이른바 ‘책 하울’을 보여주기도 하고 하루에 정해진 시간을 독서하는 챌린지 영상을 타입랩스 방식으로 촬영해 올리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MZ세대는 내가 읽은 책을 보여주고 남이 읽은 책을 보며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운영중이라고 밝힌 A씨는 "SNS 이웃들이 읽은 책을 보며 책을 추천 받기도 하고, 한동안 책을 읽지 않을 때면 독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면서 "이웃을 많이 추가해 더 좋은 책과 글귀를 많이 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홀로 또는 함께…진화하는 독서 문화
SNS로 읽은 책을 공유하는 MZ세대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MZ세대에게 독서는 정적인 취미가 아니다. 독서를 취미로 삼는 MZ세대는 현실에서도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다. 같은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저자의 강연을 들으며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대학교 동기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고 밝힌 B씨는 "독서모임을 하면서 친구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책을 넓게 이해할 수 있다"며 "독서모임이 있어 책 관련 행사에 함께 가기도 좋다"고 말했다.
돈을 지불하고 독서모임에 참석하기도 한다.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트레바리를 통하면 4개월 간 적게는 23만원에서 많게는 35만원을 지불하고 독서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책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며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 참석할 수 조차 없지만 양질의 독서모임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의 수요가 많아지며 인기 클럽은 대부분 빠르게 마감된다.
그런가하면 가성비 독서모임도 있다. 출판사들이 독자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북클럽 커뮤니티다. 출판사 북클럽은 5만원 내외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책과 ‘웰컴키트’라 불리는 한정판 굿즈를 받아볼 수 있고, 할인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소수정예의 독서모임과는 다르지만 북클럽 회원들 간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 등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경험 중심의 소비를 지향하는 MZ 애서가들의 환영을 받는다.
출판사 민음사는 올해 가입 정원 1만명인 북클럽을 모집했는데 가입 첫 날 5000명이 몰리며 서버가 한 때 다운됐고, 모집 2주 만에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책’ 편견을 벗다…전자책부터 북콘서트까지
다른 세대보다 책과 가까운 MZ세대의 마지막 비장의 무기는 바로 ‘전자책’이다. 2030세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성인 전체 독서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졌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전자책 독서율은 종이책 독서율이 감소한 데에 반해 증가했다. 반면 연간 종합 독서율은 2019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는데, 이는 전자책 독서율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전자기기로 책을 읽는데 더이상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본디 ‘책’의 국어 사전 정의는 ‘종이를 여러 장 묶어 맨 물건’이다. 하지만 ‘종이’로 만든 책만 책이라는 생각은 이제 편견이다. 스마트폰, 이북리더기 등 전자기기가 발달하며 전자책, 오디오북을 읽고 듣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내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발간한 ‘밀리 독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69%가 30대 이하 연령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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